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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빅보이’ 이대호(34)가 시애틀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대호는 14일(한국시간) 팀을 5연패 수렁에서 건져낸 대타 연장 끝내기 2점 홈런을 때려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서 이대호는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2사 1루 좌완투수에 약점이 있는 애덤 린드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섰다. 이대호는 강속구를 던지는 좌완 제이크 디크먼의 97마일(156㎞)짜리 투심을 통타해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97마일의 빠른공을 펜스 너머로 훌쩍 넘긴 34세 루키의 원샷원킬이었다. 이대호는 이 홈런으로 클러치 능력과 노림수, 그리고 빠른 배트 스피드를 뽐내며 팀내 입지를 다졌다.
◇10회 대타 끝내기 홈런과 클러치 능력이대호는 이날 홈런 후 가진 현지 인터뷰에서 노림수가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동영상으로 디크먼의 빠른공을 확인했다. 그리고 실제 타석에서 초구는 그냥 눈으로 지켜보며 감을 느꼈다. 2구째는 파울이 되었지만 타이밍을 맞췄다. 2스트라이크가 되었으나 조급하지 않았다. 3구째 다시 빠른공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다리던 공이 오자 정확하게 치려고만 했는데 방망이 중심에 맞으며 홈런이 됐다”라고 했다. 이대호의 굿바이 홈런으로 시애틀은 5연패 사슬을 끊어내며 홈경기 첫승을 신고했다. 이대호가 다이아몬드를 돌자 동료들이 홈베이스로 몰려나와 그를 온몸을 북처럼 두드리며 함께 기뻐했다.홈팬들 앞에서 보여준 강렬한 끝내기 홈런으로 이대호는 자신의 클러치 능력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9일 오클랜드전에서 자신의 ML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고 13일 텍사스전에서도 안타를 신고했다. 그리고 이날은 끝내기 홈런을 기록했다.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3안타를 기록했는데 그 중에 2개가 홈런이다.
◇97마일 넘긴 이대호의 배트 스피드이대호의 희생양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알아주는 좌완 강속구 투수인 디크먼이다. 그는 이전 5경기에서 무실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2스트라이크로 이대호를 몰아세우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리고 3구째 더 빠른 공을 위닝샷으로 선택했다. 150㎞대 중반의 투심 2개에 이어 3구째 156㎞의 빠른 공을 던졌다. 그러나 수싸움에 능한 이대호의 방망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대호는 KBO리그에서도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운 정도의 거구를 자랑했다. 타석에서는 왼 다리를 들고 타격한다. 둔해 보이는 몸매에 레그킥까지 하다보니 ML의 빠른공에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의 눈길이 많았다. 이는 서비스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날 끝내기 홈런 후 서비스는 감독은 “이대호를 처음 스프링캠프에서 처음 봤을 때 빠른 공을 칠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러나 타격할때 정확히 맞히기 위해 왼쪽 다리의 키킹 높이와 스윙폭을 줄이는 것을 봤다. 그리고 그렇게 하더라도 공을 강하게 때릴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걸 알았다”고 했다. MLB닷컴은 이대호의 배트스피드가 103마일(166㎞)이고 홈런 비거리는 118m라고 밝혔다.
◇이대호, ML 한국인 대타 끝내기 1호 홈런이대호의 대타 끝내기 홈런은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에 처음 나온 기록이다. 최희섭이 LA다저스 시절인 2005년 6월 11일 미네소타전에서 5-5로 맞선 9회말 끝내기 솔로포를 기록했고 추신수가 클리블랜드 시절인 2011년 8월 24일 시애틀과의 경기에서 더블헤더 1차전 4-5로 뒤진 9회말 역전 3점 홈런을 때려낸 적은 있다. 대타 끝내기 홈런은 이대호의 소속팀인 시애틀 구단 역사상 3번째일 정도로 보기 드문 진기록이다. 이대호는 켄 펠프스(1986년 9월 4일 디트로이트전), 켄드리 모랄레스(2013년 6월 24일 오클랜드전)에 이어 시애틀의 세 번째 대타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신인으로서는 처음이다. 그리고 만 33세인 이대호는 지난 1950년 당시 만 35세였던 루크 이스터(클리블랜드) 이후 ML최고령 신인 끝내기 홈런타자가 됐다. 국내무대에서 이대호는 3차례 끝내기 홈런을 기록했다. 1군 데뷔 2년째인 2002년 5월 10일 마산 현대전 2-2로 맞선 10회 2사 2, 3루에서 상대 마무리 다리오 베라스를 상대로 끝내기 3점 홈런을 때려냈다. 그리고 2006년 4월 16일 사직 LG전 4-5로 뒤진 9회 무사 2루에서 경헌호를 상대로 끝내기 역전 2점 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07년 4월 26일 마산 SK전에서 3-3으로 맞선 10회 선두타자로 나와 조웅천에게 끝내기 솔로홈런을 기록했다. 일본무대에서는 끝내기 홈런을 때린 적이 없었고 끝내기 안타만 2차례 기록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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