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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일본에겐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는 한·일전이 갖는 상징성을 한 마디로 잘 표현한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토너먼트 대회에서의 넉다운 맞대결은 더더욱 그렇다.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놓고 일본과 결승전을 벌이는 ‘신태용호’도 그 운명에 놓였다. 두 팀은 이미 오는 8월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으나 여기서 멈출 수 없다.
되돌아보면 ‘단두대’ 같은 한·일전이 꽤 많았다. 한국 축구는 그런 경기를 이겨내면서 국민들에 큰 기쁨을 안겼다. 대표적인 경기는 역시 4년 전 런던 올림픽 3·4위전을 꼽을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준결승에서 각각 브라질과 멕시코에 무릎을 꿇고 3·4위전에서 숙명의 대결을 펼쳤다. 이긴 팀만 동메달을 목에 걸고 ‘축구 성지’ 웸블리에서 시상대에 오를 수 있었다. 승자는 2-0 완승을 거둔 한국이었다. 지난 2007년 열린 아시안컵 3·4위전도 기억에 남는다. 이긴 팀은 차기 아시안컵 본선 자동 출전권을 받는 ‘승자 독식’ 경기에서 한국은 골키퍼 이운재 선방에 힘입어 일본을 승부차기로 꺾었다. 이라크에 준결승 패배로 고개를 숙였던 한국은 일본전 승리를 통해 ‘해피 엔딩’을 일궈냈다. 22년 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거둔 3-2 승리는 적지에서 챙긴 것이라 더 짜릿했다.
정확히 20년 전인 애틀랜타 올림픽 최종예선 결승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을 2-1로 눌러 간판 공격수 최용수가 김영삼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국제전화를 받는 영광을 누렸다. 이동국이 기가 막힌 터닝 슛을 꽂아넣어 진가를 알렸던 1998년 19세 이하(U-19) 아시아선수권 결승전, 정조국이 연장 골든골을 꽂아넣어 짜릿한 승리를 챙겼던 2002년 U-19 아시아선수권 결승전도 팬들에게 회자되는 ‘한·일전 단두대 매치’다. 가장 가깝게는 이승우가 60여m 드리블로 일본 수비수 4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던 2014년 16세 이하(U-16) 아시아선수권 8강전이 통쾌했다. 일본은 한국에 무릎 꿇으면서 지난 해 10월 칠레에서 열린 17세 이하(U-17)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물론 아쉬운 패배도 있었다. 다만 기억에 남는 패배는 승리보다 적은 게 사실이다.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일본에 승부차기 끝에 패한 것이나 2003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20세 이하(U-20) 월드컵 16강전 1-2 패배 등이 그나마 지금도 떠올릴 수 있는 ‘단두대 매치’ 패배다. 단 하나 뿐인 우승컵을 앞에 두고 일본과 싸우는 ‘신태용호’는 어떤 ‘엔딩’을 맞이할까.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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