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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넥센 히어로즈의 수장 이장석 대표가 최근 취재진과의 연말 식사 자리에서 “10년내에 3~4차례 우승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호방하게 밝혔다. “2010년대를 삼성 시대로 열겠다”는 류중일 감독의 발언에 버금가는 호기로움이다. 삼성은 2010년 중반까지 통합우승 4번에 5연속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그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과연 넥센 선수단도 수장의 호언을 현실화시킬 수 있을까.
우승을 논했지만, 그렇다고 고척돔 시대가 시작되는 내년부터 당장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건 아니다. 이장석 대표는 “내년은 과정과 내실을 다지며 결과보다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간”이라고 정의 내렸다. 그러면서 지난해와 올해는 “실패”라고 평가했다. 사실 이 대표는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지난시즌을 우승 적기로 판단했다. 그러나 넥센은 삼성에 석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올해도 3년연속 가을 무대에 올랐지만, 우승컵을 바라만 봐야 했다. 이 대표는 실패의 이유로 “그동안 결과를 얻기 위해 경시했던 부분이 있었다”라고 했다.
넥센에 있어 2016시즌은 호흡을 가다듬는 시기이고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결과가 완성된 집이라면, 그 결과를 향한 과정과 시간은 반석이 된다. 단단한 다지기다. 바닥을 잘 다져야 높이 뛸 수 있다.
이장석 대표는 2008년 창단 이래 중장기적 계획아래 우승을 향해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염경엽 감독이 부임한 이후 강팀으로 변모하며 우승권에 진입했다. 구단의 5개년 계획에 따라 최근 한 차례 정도 우승컵을 거머쥐어야 했다. 그러나 우승이 아닌 아쉬움을 삼켰다. 내년 시즌을 바라보는 현 전력은 강정호에 이어 리그에서 대체 불가선수인 박병호를 비롯해 유한준 손승락 밴헤켄 등이 줄줄이 이탈했다.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는 주요 기둥이 빠진 것이다.
그래서 넥센의 호흡이 다시 길어지고 시선은 조금 더 멀리 둔다. 이 대표는 우승 도전을 2017년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 전력이탈에 따른 공백을 메울 유망주의 성장을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는 시기다. 유망주들은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장석 대표는 유망주로 누가 있냐는 질문에, “열 명이 넘는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실패의 경험은 중요 자산이다. 실패는 다시 맛보고 싶지 않을만큼 쓰다. 그러나 단맛이 아닌 쓴맛은 다음 성공을 위한 긍정이다. 이 대표의 우승 자신감과 달리 외부에서는 넥센 전력의 하향세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장석 대표를 위시해 넥센 선수단 내부는 자신감이 넘친다. 후배들은 선배들이 떠난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눈을 부라리고 있다. 젊은 주장 서건창(26)은 그 변화의 상징이자 시작이다. 외국인 지도자로 조각을 마친 넥센의 2군 시스템도 대권 도전을 향한 핵심 퍼즐이다.
이 대표는 “10년내 서너 차례 우승하겠다”며 “허풍이 아니다”라고 했다. 과연 가능할까. 당연히 가능하다. 그 10년은 지나간 것이 아닌 앞으로 남아있는 시간이다. 정확한 평가는 10년 후에 해야한다. 진행형에는 성공과 실패가 모두 담겨 있지만, 정해진 미래는 없다. 그래서 그 가능지수는 1에서 100까지 열려있다.
넥센 이장석 대표와 염경엽 감독은 미래가치가 있는 만년 유망주와 신고 선수를 뽑아 리그 최우수선수(MVP)로 키워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넥센은 창단 초기 선수 세일로 연명한다는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지금은 자립형 야구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력에서도 우승을 못했을 뿐, 넥센은 시나브로 타팀이 두려워하는 강팀이 되었다. 이 정도면 우승에 대한 호기 어린 출사표 역시 믿어봄직하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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