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방송 분량 90분이 모두 명장면이다. 시청률 10%가 넘는 기염을 토하며 매회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 이야기다. 웃음, 감동, 사랑, 추억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가득 채워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은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와 더불어 따뜻한 가족애가 더해져 앞선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이상으로 감동의 여운이 진하다. 20부작으로 오는 27일 7회 방송을 앞둔 가운데 방송 초반 이미 드라마의 명장면이라 할만한 에피소드를 쏟아내며 순항 중인 '응답하라 1988'은 어느덧 중반기에 들어섰다. 방송 3분의 1쯤인 6회까지 달려온 지금 드라마 종영 후 명장면으로 회자될 최고의 에피소드를 되짚어 봤다.

▲ 찬밥 신세 덕선이 꽃피운 '88올림픽'-추억의 사건 편
'응답하라 1988'의 방송 편성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 애청자들은 이미 예상했다. 드라마 배경인 1988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88올림픽을 이번 시리즈에서도 '응답'스럽게 풀어내리라는. 지난 6일 첫 회에서부터 88올림픽이 화면을 채우며 시청자들의 추억을 마구 자극했다.
이날 올림픽 피켓 걸로 선정된 덕선(혜리)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올림픽 마다가스카르 피켓 걸로 여름 내내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한 덕선의 꿈은 해당국의 불참으로 물거품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에서는 언니 보라(류혜영) 생일에 묻어가는 찬밥 신세가 되자 기어이 덕선의 설움이 폭발했다. 동생 노을(최성원)이만 월드콘을 사주는 성동일의 모습을 보고 덕선은 또 서러웠다. 그러다 우간다를 담당했던 학생의 자격이 박탈되면서 덕선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집에서는 서러운 둘째 딸일지 몰라도 올림픽 개막식 피켓 걸로 당당하게 활약한 덕선은 그 누구보다 빛났다. TV 앞에 앉아 덕선이를 지켜보던 가족들과 쌍문동 이웃들은 일제히 환호를 보내며 자랑스러워했다.

▲ 쌍문동 소꿉친구 3인방의 '장기자랑'-웃음 편
그 시절 의리 넘치던 우정을 떠올리게 하고 공감의 웃음을 끌어낸 장면이었다. 누구에게나 있는 수학여행의 추억을 덕선은 세 친구들의 든든한 우정으로 채웠다. 지난 13일 방송된 3회에서는 소꿉친구 덕선을 위해 선우(고경표) 정환(류준열) 동룡(이동휘)은 여고 수학여행 무대에 올랐다.
이날 덕선은 미옥(이민지), 자현(이세영)과 함께 수학여행 장기자랑에서 소방차 댄스를 선보일 생각으로 며칠 밤 연습에 몰입했다. 그러나 미옥과 자현이 예기치 못하게 부상을 당하면서 덕선의 장기자랑 기회가 날아갈 참이었다. 이에 굴하지 않고 덕선은 같은 날 수학여행을 온 선우 정환 동룡 골목친구 3인방에게 무대를 부탁했고, 거절도 잠시 소개팅 약속을 받아낸 이들은 소방차도 울고 갈 완벽한 장기자랑을 펼쳤다.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1등을 수상한 선우 정환 동룡은 덕선에게 우승 상품인 마이마이를 선물하며 훈훈한 우정을 보여줬다. 거기에 왕조현과 장만옥을 닮았다던 덕선의 친구들을 소개받은 선우 정환 동룡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는 모습은 절로 웃음을 자아냈다.

▲ 팔뚝 힘줄 팍! 이것이 무심남의 '사랑법'-러브라인 편
'응답하라' 시리즈에 항상 존재하는 무심하면서도 자상한 상남자 캐릭터. 이번에는 덕선의 윗집에 살고 있는 부잣집 아들 정환이 그 주인공이었다. 지난 14일 방송된 4회에서는 이 시대의 무심남 정환의 특별한 사랑법이 눈길을 끌며 덕선의 가장 강력한 남편 후보로 떠올랐다. 수학여행에서 자신도 몰랐던 덕선에 대한 마음을 알게 된 정환은 이후에도 애써 툴툴거리는 무심함을 보였다.
정환은 아침 등교를 덕선과 함께 하고 싶어 기다렸지만 선우를 기다렸다는 핑계를 대며 만원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후 붐비는 버스 안에서 덕선에게 스킨십을 시도하는 남학생들의 장난에 정환은 온몸을 던져 방어했다. 한쪽 팔로는 버스 손잡이를 잡고 한쪽 팔로는 창문을 잡아 덕선의 등 뒤를 완벽하게 감싼 것. 이때 남학생들의 무게를 한쪽 팔로만 견뎌야 했던 정환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덤덤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츤데레'(겉으로는 까칠하지만 은근히 뒤에서 챙겨주는 캐릭터) 매력을 발산했다. 여기에 팔뚝에 불끈 솟은 힘줄로 남자다운 매력까지 보여주며 백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하는 정환의 사랑법을 느끼게 했고, 이날 폭넓은 연령층의 여심이 정환에게 '꽂혔다'.

▲ 자존심도 버린 채 울부짖은 '모정'-감동 편
1980년대 데모 현장을 다루면서 엄마의 짠한 모정이 안방극장을 울렸다. 지난 20일 방송된 5회에서는 데모에 가담한 위태로운 청춘 보라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종로에서 일어난 시위로 인해 최루탄 가스를 뚫고 집에 온 성동일은 시위에 참여한 학생에게 안쓰러움을 보이면서도 딸인 보라의 데모에는 격분했다. 온갖 모진 말을 퍼부으며 매몰차게 혼을 냈지만 이후 보라는 TV 뉴스 카메라에 시위 중인 모습이 잡혀 부모님을 실망시켰다.
이에 성동일은 보라를 방에 가두고 문 앞에서 감시하고 나섰다. 보라 걱정에 속앓이를 한 엄마 이일화만은 그래도 따뜻하게 딸을 감쌌다. 하지만 성동일 몰래 밥을 챙겨주며 딸을 설득하던 이일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라는 집을 탈출했고 이일화는 빗속을 정신없이 헤매며 보라를 찾아다녔다. 보라가 경찰에게 잡혀 추궁을 받게 된 순간, 이일화는 보라를 부르며 비에 쫄딱 젖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일화는 딸을 지키기 위해 발가락에 피가 난지도 모르고 짠한 모정을 드러냈다. 경찰에 붙잡힌 보라를 구하기 위해 자존심도 버린 채 울부짖으며 진정한 '엄마의 사랑'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뉴미디어팀 신혜연기자 heilie@sportsseoul.com
사진=tvN 제공,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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