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김정란기자]‘올 추석, 탱크에 빠진 두 남자.’24일 개봉한 영화 ‘서부전선’(천성일 감독)은 한국전을 배경으로 한 두 군인이야기지만 , 전혀 군인답지 않은 두 남자가 나온다. ‘서부전선’은 농사 짓다 끌려온 남한군과 탱크는 책으로만 배운 북한군이 전쟁의 운명이 달린 비밀문서를 두고 위험천만한 대결을 벌이는 내용을 그렸다. 남한군 남복과 북한군 영광으로 출연한 배우 설경구와 여진구는 ‘구구 브라더스’로 호흡을 맞췄다. 적대적 관계로 만났지만, 부대끼다 정드는 두 군인은 “탱크에 감정이입이 되더라”며 영화 속 소품이었던 ‘탱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1000만 영화 ‘실미도’, ‘해운대’를 비롯해 ‘박하사탕’, ‘공공의 적’ , ‘감시자들’, ‘스파이’, ‘소원’, ‘나의 독재자’ 등에서 활약한 연기파 설경구(47)는 ‘서부전선’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인다.
-코미디는 오랜만인 것 같다.
‘서부전선’이 코미디라고 생각 안했다. 둘이 서로 가지고 가야 하는 물건을 가지고 있으니까 안 뺏기려고 하는 데서 오는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그게 또 엄청 슬프지 않나. 벌 쏘여서 분장한 것만 작정하고 웃기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좀 편하게 했다. (여)진구랑 호흡만 잘 맞추면 되니까.
-영화 속 남복이 좀 어리바리한 데가 있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소속사 시나리오팀에 좀 읽어보고 도움을 달라고 하면 읽은 걸 리뷰를 써서 준다. 그런데 ‘서부전선’을 읽고 싱크로율이 맞아 떨어진다고 해서 “뭐냐 날 그렇게 봤어?”했다. 난 안 어리바리한데(웃음). 싱크로율 별로 안 맞는다.
-여진구와 나이가 29년차다.나이 차이 생각을 안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쟤는 내 적이다” 했다. 호흡 맞추고 대사 맞추자는 소리도 한번 안했다. 현장 오자마자 영광이 대하듯 “시험 잘 봤냐?”하면 얘는 또 “잘봤다”고 한다. 그럼 “니가 어떻게 잘보냐 임마, 공부도 안한 게”하고 서로 무시하면서 일상대화를 했다.
|
-좁은 공간에서 액션이 많아 힘들었을 것 같다.
진구가 힘이 장사다. 닥치는 대로 집어던지는 신이 있는데 감자를 집어던진 게 눈에 맞았다. 제 말로는 피해서 던졌다는데. 그래놓고 한다는 소리가 “익은 감자여서 덜 아프지 않냐”더라. 감독이랑 짜고 안 때려도 되는데 때리더라(웃음). 즐겼고, 재미있었다.
-캐릭터는 어떻게 연구했나.나는 군인이라고 생각을 안했다. 학생, 농부에게 군복 입혀놓고, 급하게 막 던져진 인물인 거다. 군사지식도 없고.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았겠나. 그렇게 생각하니까 좀 편하더라.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은 안하는 거지. 서로 갖고 있으니까 전쟁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경영 선배는 전쟁하고 있지만, 누구는 냇가에서 멱감고 있고. 다 따로따로. 그런데 그 웃음이 곱씹어보면 정말 슬프다.
-천성일 감독이 영화연출은 처음이고, 여진구보다도 한참 선배니, 현장에서 리드하는 역할이었겠다.그냥 다 어리바리했다. 심지어 소품인 탱크도 어리바리했다. 그런데 영화랑 맞았다. 다른 영화 같으면 화가 났을텐데 “어쩜 영화가 이렇게 맞냐”고 했다(웃음). 무식해서 용감했던 것 같다. 어떤 노하우도 없고. 속도감에 주안점을 줘서 탱크를 만들었는데 탱크 첫 촬영 전날, 탱크가 안 간다고 오지 말라고 하더라. 영화 ‘퓨리’를 보고 나니 우리 탱크가 창피해서 현장에 가기 싫었다. 소리가 너무 커서 녹음이 안될 정도였다.
-여진구는 “탱크에 감정이입이 됐다”고 하더라.그게 정이 든다니까. 소도 정들었다. 우리 영화에서 이경영 선배보다 비중이 더 높다. 엔딩 크레디트에 탱크, 소 넣자는 얘기도 했다. 이경영 위에(웃음). 나중에는 혼자 서있는 탱크가 외로워보이더라. 기대있으면 뭔가 든든하고. 다 미친 거다. 느낌 있다니까(웃음).
peace@sportsseoul.com
기사추천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