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사직구장을 가면 관중들에게 상황, 상황마다 알기 쉽게 알려주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렷하고, 예쁜 목소리가 관중들의 이해를 돕는다. 얼굴없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경기 전 사직구장 방송실을 찾았다. 목소리만큼 예쁜 김미주(26) 아나운서가 자리에 앉아 분주히 경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 스포츠 분야 아나운서를 준비하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김 아나운서는 롯데의 목소리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마이크를 잡고 있다.

롯데 김미주 장내아나운서
김미주 롯데 사직구장 장내 아나운서가 11일 사직 두산전에 앞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직 | 이웅희기자 iaspire@sportsseoul.com
◇운명처럼 찾아온 기회

김 아나운서는 일찌감치 스포츠 쪽에 관심을 가졌다. 축구선수 출신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김 아나운서는 “아버지가 유명하진 않으시지만 축구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이시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경기를 보고, 경기장을 따라다니다 보니까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 보니 이 일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아나운서는 부산 출신이지만, 롯데가 아닌 NC의 마산구장 장내 아나운서로 첫 발을 뗐다. 그는 “방송 쪽에서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다 스포츠 분야 경험도 쌓을 겸 해서 (2013년)NC의 팬 리포터로 대외활동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장내 아나운서를 해보면 어떻겠는가’라는 제안을 받아 시작하게 됐다”면서 “하지만 올해 초 목을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아 NC 장내 아나운서 일을 그만뒀는데 다시 수술을 안 받아도 된다고 하더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는 선배가 올해 사직구장 장내 아나운서 자리를 얘기하셔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직구장에선 당당하게 일하게 된 점이 좋다. 김 아나운서는 “마산구장에서 장내 아나운서로 일할 때에는 부산에서 늦가을 NC 점퍼를 입고 마산가는 버스를 타면 ‘부산 사람이 왜 NC를 응원하는가’라며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며 좋아했다. 김 아나운서의 부모님도 마산구장에서 일할 때 부산에서 마산까지 왔다며 힘들까봐 걱정하셨지만, 이제는 뒤에서 응원해주고 있다.

◇황재균 선수, 미안해요.

김 아나운서는 이제 2년 차인 만큼 아직 힘든 점도 많다. 그는 “내가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인데 화장실에 5회 아니면 못 가기 때문에 힘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몸도 적응한 듯 하다. 화장실에 자주 가지 않는다. 마이크를 켠 채 기침한 적 있고, 황재균(롯데) 선수 타석 때 다른 선수의 이름을 얘기한 적도 있다. 황재균 선수가 방송실 쪽을 쳐다봤는데 미안했다”며 웃었다. 황재균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김 아나운서는 “두산 투수 홍상삼 선수의 경우 내가 ‘ㅅ(시옷)’ 발음을 잘 못해서 건너띈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선수들과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김 아나운서는 “교육을 받았는데 인사만 하더라도 남자와 여자의 관계로 과장되게 보고 소문날 수 있다고 하더라. 최대한 인사도 자제하고 있고, 주장인 분이나 베테랑 분들에게만 가볍게 인사만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미주 아나운서
롯데 사직구장 김미주 장내아나운서가 밝은 미소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 | 김미주아나운서

◇전국에 단 10명만 가진 직업

우연찮게 시작한 일이지만, 갈수록 장내 아나운서 일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김 아나운서는 “서울에 갔을 때 롯데 사직구장의 장내방송을 하고 있다고 하니 ‘롯데가 부산을 대표하는 구단이니 부산의 목소리네’라며 많이 좋아해주시더라. ‘장내 방송이 방송인가’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지만, 전국에 10명만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좀 더 많은 사람, 좀 더 큰 경기에서 힘차게 말하고 싶은 게 김 아나운서의 목표다. 김 아나운서는 “야구장에 사람이 많을 때 하면 많으니까 크게 해야 하고, 사람없으면 목소리가 더 크게 울리니까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꽉 찬 야구장에서 방송하는 게 더 보람차다”면서 “‘내 목소리를 많은 사람이 듣고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생방송할 때 온에어(방송중)되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롯데가 잘해서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같은 더 큰 경기에서 신나게 방송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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