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그것은 속도보다는 정신력에 대한 테스트다. 닐 암스트롱에게 달의 표면을 걷는 것이 그런 경험이었다면, 나에게 그것은 베를린의 올림피아 스타디온의 녹색 그라운드였다."(피를로 자서전 중)
객관적인 전력에서 바르셀로나가 우세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축구매체의 분석임과 동시에 축구팬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단판승부로 우승자와 패배자가 갈리는 결승전은 결코 팀 전력만으로 승부가 갈리지 않는다. 선수들의 부상 상태 및 컨디션을 비롯한 다양한 변수가 누가 2014/15시즌 유럽의 최강자였는지를 판가름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번 2014/15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는 특히 또 다른 하나의 변수가 존재한다. 양팀의 홈구장이 아니라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의 결승전 무대로 미리 정해진 중립경기장인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스타디온'이다. 그리고 이 경기장이라는 변수에 대해 보다 더 익숙하고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쪽은 유벤투스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벤투스의 두 핵심선수 부폰과 피를로다.
올림피아 스타디온은 2006년 독일 월드컵의 결승전 무대였다. 이탈리아 대 프랑스의 결승전이 치러졌고 지단이 마테라치에게 박치기를 하면서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바로 그 경기장이다. 당시 결승전에서 프랑스의 지단에게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줬던 이탈리아는 피를로의 코너킥에 이은 마테라치의 헤딩골로 동점을 만들어 결국 승부차기 끝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바 있다.
당시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의 골문을 지켰던 부폰과 그 월드컵 기간 내내 이탈리아의 핵심선수로 활약한 피를로는 곧 은퇴를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으나 피를로는 이번 경기를 끝으로 유벤투스와 이탈리아를 떠나 다른 무대에서 활동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두 선수에게 모두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그들의 커리어에 있어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지는 팀이 그를 극복하고 승리를 얻어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정신적인 동기부여다. 그리고 유벤투스의 두 핵심선수인 부폰과 피를로는 두 사람이 함께 일궈낸 2006년의 월드컵 우승을, 같은 경기장에서, 또 하나의 최고 권위 대회인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되풀이하겠다는 최고의 동기부여를 갖고 있다.
동기부여와 좋은 추억이 우승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예상하는 것처럼 이번 결승전에서 객관적인 전력에서 더 우세한 팀은 분명히 바르셀로나다. 그러나, 결승전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마지막 변수가 있다면 그건 분명히 그 어떤 것도 아닌 22명의 선수가 전쟁을 펼칠 바로 그 경기장이다.
이성모 객원기자 london2015@sportsseoul.com
사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펼쳐절 올림피아 스타디온, UEFA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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