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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롯데에 내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kt 크리스 옥스프링(38)이 친정팀 롯데와 2015시즌 개막전 선발 등판에 의욕을 드러냈다. 26일 일본 가고시마에서 만난 옥스프링은 “매년 나이를 먹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유니폼을 벗을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훈련하고 좋은 구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롯데가 나를 믿지 못해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을 때에는 총에 맞은 것처럼 아팠다. 놀라기도 했고 화도 났다. 한국을 떠나기 싫었는데 마침 kt가 재빨리 손을 내밀어 줘 다시 유니폼을 입게 됐다. 롯데에 내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 부산 팬들에게도 좋은 모습으로 인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두 시즌 동안 23승(15패)을 수확한 옥스프링은 올시즌 신생팀 kt 선발 마운드를 짊어지고가야 할 기둥이다. 조범현 감독도 “외국인 선수들뿐만 아니라 투수진 전체의 리더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 경험이 풍부하고 인성이 좋은 친구라 후배들이 잘 따를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옥스프링 역시 “후배들이 나를 존경해주기를 바란다. 그만큼 내가 잘 해야하지 않겠는가. 투구폼은 물론 생활에서도 질문을 해 온다면 성심성의껏 답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생팀이고, 다른 구단에서 온 선수들이 많아 아직은 서로 알아가는 단계다. 감독님의 성향이나 경기 운영 스타일도 잘 모른다. 시즌을 치르면서 적응하지 않겠는가. 분명한 것은 우리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점이고, 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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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LG에 대체외국인 선수로 한국땅을 밟은 옥스프링은 2008시즌 후 부상으로 잠시 호주로 돌아갔다.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호주 대표팀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했다는 것을 알렸고, 롯데에서 2년간 뛰었다. 그는 “부산 팬들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야구를 이해하는 수준도 매우 높고,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주시면서도 선수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었다. 이제는 부산을 떠나 수원에 둥지를 틀었지만, 언제든 사인이나 사진을 요청하시면 기꺼이 해 드리겠다. 마운드 위에서는 부산팬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공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마이너리그나 호주리그에서 뛸 수도 있지만 옥스프링은 한국을 특히 좋아한다. 그는 “한국야구는 수준도 높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매일 미디어를 통해 우리 소식이 전해지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분들이 ‘옥춘이 안녕? 어제 투구하는 거 정말 잘 봤어!’라고 말을 건넨다. 유명해진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프로야구가 국민스포츠로 발돋움 한 덕에 외국인 선수이지만 스타 대우를 받는다. 옥스프링은 이 유명세가 너무 좋다고 한다.
명예는 아무나 가질 수 없다. 유명해지고 싶다고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살을 깎는 노력은 물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옥스프링은 이런 의미에서 ‘준비’를 중요한 덕목으로 여긴다. 그는 “처음 서 보는 구장에 가면, 일찍 그라운드에 나가 구장 상태를 점검한다. 공을 굴려 번트를 댔을 때 타구가 어떤 식으로 구르는지도 체크해야 하고, 마운드에서 1루로 뛰어갈 때 잔디가 미끄러운지 푹신한지 여부도 체크해야 한다. 포수 뒤 백네트까지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도 점검해야 하는 항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야구에 있어서만큼은 예민해진다. 내가 철저히 준비해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네 번째 풀타임, 다섯번 째 시즌을 앞두고 있는 옥스프링은 “모든 투수는 나가는 경기에서 이기고 싶어한다. 개인적인 목표는 한국에서 37승을 거뒀는데 올해 50승을 채우는 것”이라며 “지난해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였는데 올해는 꾸준히 던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팬들이 지어준 ‘옥춘이’라는 애칭을 너무 좋아한다는 옥스프링은 “수원구장이 팬들의 함성을 가득 찼으면 좋겠다”며 성원을 당부하는 센스도 잊지 않았다.
가고시마(일본)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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