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반짝였던 순간은 짧았고, 기다림은 길었다. 뜨겁게 타오른 8개월, 그리고 이별 후 9년이 지나 이들은 ‘갑자기’ 다시 대중 앞에 섰다. 2016년 데뷔해 가요계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아이오아이가 10년의 인고를 거쳐 마침내 완벽한 아티스트로 피어났다.

그룹 아이오아이(I.O.I)가 데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미니 3집 ‘I.O.I : LOOP(아이오아이 : 루프)’로 찬란한 귀환을 알렸다. 타이틀곡 ‘갑자기’는 발매 직후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TOP 100 4위까지 치솟으며 전성기급 화력을 재현했다.

그런 가운데 뜻밖의 화제성도 화력에 기름을 부었다.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의 응원가와 ‘갑자기’의 멜로디가 묘하게 겹치면서 온라인상에서 밈(meme)으로 발전한 것.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부분이 “자려고 누웠는데 양의지”로 둔갑하고, 이어지는 “너의 생각에 잠겨”라는 서정적인 가사 구간에서 예상 밖의 실소가 터지며 대중적인 입소문까지 제대로 탔다. 그러면서 아이오아이가 시구나 시타로 나설지도 주목된다.

하지만 이러한 유쾌한 해프닝을 넘어, 이번 앨범은 단순한 이벤트성 재결합이 아니다. 스스로 자신들의 서사를 완성해 낸 멤버들의 눈부신 성장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그 진짜 의미가 남다르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프로젝트 그룹의 선구자였다. 처음이라는 게 꼭 호재만 있는 건 아니다. 매뉴얼조차 없던 탓에 기획사들의 뼈아픈 실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결국 8개월이라는 턱없이 짧은 활동을 끝으로 해체해야 했다.

각자 소속사로 돌아간 멤버들은 팀의 해체와 솔로 활동의 부침이라는 쓴맛을 겪었다. 기획사들이 ‘팬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멤버 간의 끈끈한 서사와 관계성’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던 과도기의 희생양이었던 셈이다.

이번 재결합은 단순한 컴백 이상의 묵직한 서사를 지닌다. 오디션 시스템으로 빚어진 ‘타의에 의한 이별’을 10년 뒤 ‘자의에 의한 재회’로 다시 써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번 10주년 프로젝트는 청하가 직접 멤버들을 모으고 뜻을 합쳐 탄생했다. 과거 기획사의 시스템에 수동적으로 움직였던 소녀들이 스스로 팀의 운명을 결정짓는 주체로 거듭났음을 의미한다.

눈에 띄는 성과는 앨범 전반을 주도한 멤버들의 음악적 역량이다. 10년 전 서바이벌 무대에서 평가받던 연습생들은 이제 어엿한 프로듀서가 되어 트랙리스트를 채웠다. 전소미는 타이틀곡 ‘갑자기’와 첫 번째 트랙 ‘IOI (Where My Girls At)’의 작사·작곡에 참여해 팀의 색깔을 빚었고, 유연정 역시 록 기반 트랙 ‘IF I’를 통해 탁월한 작곡 역량을 뽐냈다.

특히 청하가 작사·작곡한 ‘그때 우리 지금’은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핵심 트랙이다. 과거 활동 종료를 앞두고 불렀던 슬픈 이별가 ‘소나기’의 서사를 잇는 답가 형식을 취했다. ‘소나기’에서 예정된 이별의 두려움을 “너무 차디찼던 빗물”, “비에 젖어 추위에 떨고 싶진 않아요”라며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에 비유했다면, ‘그때 우리 지금’에선 “다시는 빗물에 기대 울고 있지 않게, 네 옆에 내가 있어 줄게”라며 이별로 겪은 서로의 상처를 따스하게 보듬었다.

마지막 트랙에 수록된 ‘웃으며 안녕 (Recorded in 2016)’은 이번 앨범의 진정성을 대변한다. 진영 프로듀서와 2016년 녹음했던 풋풋한 시절의 아카이브 음원을 대미를 장식하는 곡으로 배치해, 과거와 현재의 아이오아이를 연결하는 영리한 기획력을 보여줬다.

‘소나기’처럼 쏟아졌던 이별의 슬픔을 지나, 10년 만에 ‘갑자기’ 찾아온 이들의 진심은 단단하고 성숙하다. 모진 풍파를 견디고 찬란하게 다시 뭉친 아홉 멤버의 10년 내공이 곡 안에서도, 무대에서도 눈부시게 빛난다. 오랜 기다림 속에 다시 꽃핀 아이오아이의 두 번째 챕터가 가요계에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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