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한국오픈 3R 스코어 카드 오기

뒤늦게 발견 KGA “구제 방법 찾았지만 없었다”

홀 별 기록 확인 과정에서 ‘오기’ 발견 못해

김민규 “재발방지 프로세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포츠서울 | 천안=김민규 기자] 또 다시 대한골프협회(KGA) 경기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불과 얼마 전 제45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허인회(39·금강주택)의 오심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KGA가 이번엔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한국오픈에서 김민규의 실격 사태를 만들었다. 선수의 ‘스코어 오기’ 규정 위반은 맞지만, 경기위원회 역시 마지막 확인 과정에서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민규는 23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7361야드)에서 열린 코오롱 제68회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 3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7개로 3오버파 74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기 후 스코어카드 오기가 확인되면서 결국 실격 처리됐다.

문제는 16번 홀(파3)이다. 김민규는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했다. 실제 스코어는 ‘4’였지만 카드에는 ‘3’이 적혀 제출됐다. 보기였던 홀 스코어가 파로 기록된 셈이다.

사안이 심각해지자, 김종훈 치프 레프리가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그는 “김민규 선수가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 돌아간 상황에서 16번 홀 스코어가 잘못 적힌 사실을 확인했다”며 “골프 규칙 3.3b에 따라 실격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 본인도 최종 스코어는 3오버파 74타라고 이야기했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구제 가능성을 찾기 위해 스코틀랜드에 있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 본부와까지 논의했지만,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고태하 KGA 규칙위원장 역시 “홀별 스코어 오기에 대한 부분은 규정상 매우 명확하다”며 “일부 상황은 구제가 가능하지만 이번 건은 실제 타수보다 적게 제출된 사례라 구제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골프 규칙 3-3B는 플레이어가 실제보다 많은 타수를 적어 제출할 경우 그 스코어를 인정하지만, 실제보다 적게 기록해 제출하면 실격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과정이다. 김민규는 고의성이 없었다. 선수 본인도 최종 스코어를 “3오버파 74타”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홀별 기록을 확인 과정에서 선수와 경기위원회, 스코어 접수 담당자 모두 16번 홀 오기를 인지하지 못했다.

결국 실수는 모두 함께 놓쳤지만, 책임은 선수 혼자 떠안는 모양새가 됐다. 김민규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 다른 선수들에게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프로세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선수 책임이 맞지만 경기위원회의 책임도 분명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종적으로 스코어카드를 검수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열린 제45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는 허인회의 티샷 판정을 두고 황당한 오심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경기위원들은 OB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비저널 볼 플레이를 지시했고, 이후 정규 라운드 종료 뒤에야 판정을 번복해 허인회에게 2벌타를 부과했다. 공동 선두였던 허인회는 순식간에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당시 KGA는 “운영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오픈에서 또 다시 행정 혼선이 발생했다.

한국오픈은 국내 최고 권위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다. 선수들에게는 단순한 일반 투어 대회 이상의 무게감을 가진다. 그런 무대에서 반복되는 운영 논란은 결국 KGA 전체의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규정은 냉정하다. 김민규의 실격 역시 룰상 틀린 판정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와 위원회 모두가 놓친 실수를 오롯이 선수 책임으로만 남겨두는 현재 시스템이 과연 최선인지, 한국 골프계는 다시 한 번 무거운 질문 앞에 서게 됐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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