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한국 힙합신에서 사회를 향한 날 선 메시지를 던져온 래퍼 제리케이(본명 김진일)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42세.

27일 유족에 따르면 제리케이는 약 2년간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으로 투병하다 별세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9일이다.

고인의 마지막 흔적은 지난해 5월 남긴 SNS 글이었다. 그는 “갑자기 뇌종양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고 회복하고 있다. 이게 다 뭔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진다면 좋겠다”며 “한 번씩 생각해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투병의 고통 속에서도 회복을 바랐던 그의 문장은 끝내 지켜지지 못한 약속이 됐다.

1984년생인 제리케이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뒤 2004년 미니앨범 ‘일갈’로 데뷔했다. 이후 메익센스와 힙합 듀오 로퀜스를 결성해 활동했고, 2008년 정규 1집 ‘마왕’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비로소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음악은 늘 현실을 향해 있었다. 정규 3집 ‘현실, 적’과 ‘콜센터(feat. 우효)’는 각각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부문 후보에 오르며 음악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인정받았다.

무대 밖에서도 그는 침묵하지 않았다. 2009년 ‘탐욕과 통제의 시대를 거스르는 대한민국 음악인 선언’에 참여해 권위주의와 민주주의 후퇴를 비판했다. 2016년 강남역 사건 당시에는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충분해야 한다”는 글로 사회적 메시지를 남겼다. 국정농단 사태 때는 ‘하야해’를 발표하며 정치권을 향해 직접적인 비판을 이어갔다.

레이블 데이즈얼라이브를 이끌며 내부 문제에도 책임 있는 태도를 보였다. 소속 아티스트 논란 당시 “책임을 통감한다. 피해자분께 깊이 사죄드립니다”라고 밝히며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이외에도 5·18 전야제 무대, 다큐멘터리 ‘MB의 추억’ 음악 참여, ‘리스펙트’ 출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대와 호흡했다.

정의당 권영국 대표는 “언제나 예리하고 탁월한 감각으로 세상을 노래해 온 뮤지션”이라며 “노동과 평등, 정의를 이야기해 온 동지였다”며 “그의 음악은 오래도록 남아 정의와 평등을 알리는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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