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 4홈런·OPS 1.044 폭발하고도 ‘지명타자’ 실종… 김현수 공백 메울 적임자의 수난

WBC 후폭풍? 문보경 부상에 꼬여버린 라인업… “100%일 때까지 수비 안 시킨다”

[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야구에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 LG 트윈스의 이재원에게는 ‘사람은 준비됐는데 자리가 없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팀 내 최다 홈런을 쏘아 올리며 김현수의 이적 공백을 지울 ‘뉴 히어로’로 급부상한 그가, 정규시즌 개막과 동시에 벤치 신세로 전락한 모습은 못내 아쉽다.

이재원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팀의 또 다른 핵심인 문보경의 부상이다. 국제대회(WBC) 후유증으로 찾아온 허리 통증은 문보경에게서 글러브를 뺏고 방망이만 허락했다. 결과적으로 문보경이 지명타자로 투입되면서 이재원의 설 자리는 좁아졌다. 염경엽 감독이 공들여 설계한 ‘이재원 시프트’가 시즌 벽두부터 스텝이 꼬인 모양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염경엽 감독의 ‘인내심’이다. 당장의 화력이 급하다고 해서 부상 중인 문보경을 무리하게 3루 수비에 세우지 않는 결단은 멀리 내다보는 사령탑의 혜안이다. 동시에 이재원에게는 이 기다림이 또 다른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주전 외야진이 확고한 상황에서 이재원이 살아남는 법은 결국 지명타자 경쟁에서 이기거나, 대타로 나섰을 때 사령탑의 확신을 끌어낼 ‘결정적 한 방’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LG 타선은 현재 나쁘지 않다. 그러나 ‘무서운 타선’이 되기 위해서는 이재원이라는 대포가 장전되어야 한다. 문보경이 수비로 복귀하고 이재원이 지명타자로 들어서는 순간, LG의 타순은 리그에서 가장 피하고 싶은 ‘공포의 라인업’으로 완성될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챔피언의 자격을 증명하는 것은 주전 9명이 아니라 벤치에서 언제든 담장을 넘길 수 있는 이재원 같은 ‘비밀병기’의 존재감이라는 사실이다. white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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