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투어 개막 오프닝 세리머니 개최
KIA 팬 유현조 올해부터 ‘롯데’ 후원선수
우승 공약 묻자 ‘티타임→사인모자’ 변경
선수들 솔직한 입담+재치 팬심 쌓는 도구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팬 소통은 프로스포츠의 숙명이다. 팬덤이나 관중 대신 ‘갤러리’로 표현하는 골프가 유독 ‘대중성’ 확보에 고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본격적인 시즌 개막을 앞두고 ‘2026 시즌 오프닝 세리머니’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0년대 초반 몇 차례 개최한 적 있지만, 투어 규모가 커진 뒤로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올해는 ‘핫플’로 꼽히는 더 현대 서울 개방 공간에서 미디어와 팬을 직접 만났다.

투어 대표이사이기도 한 KLPGA 김순희 수석부회장은 “역대 최대 규모(31개 대회·총상금 347억원)로 시즌을 시작한 만큼 팬과의 소통을 확대해 투어 고유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열성적인 야구 팬이기도 한 김상열 회장 역시 KBO리그의 2년 연속 1000만 관중처럼 KLPGA투어가 팬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길 바란다. 폭발적인 관중 열기는 기업 스폰서로 이어진다. 대회별 타이틀스폰서가 필수인 KLPGA투어 특성상, ‘기업 VIP 만족 행사’를 넘어선 투자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12명의 홍보대사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건 삼천리에서 롯데로 후원사를 바꾼 유현조(21)였다. 시즌 목표로 “지난해 실패한 다승왕”을 꼽으면서도, 대상 후보를 묻는 질문엔 “한 명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슬쩍 비켜갔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지난해 2승을 올린 신인 김민솔(20·두산건설)을 0순위로 지목한 것과 대조적인 답변. 다관왕 욕심을 숨기기도, 특정 선수를 대상 후보로 콕 집기도 애매하니 “모두가 후보”로 뭉뚱그린 셈이다.

우승 공약은 더 흥미로왔다. 롯데 로고를 새긴 모자를 쓴 유현조에게 “더 현대 서울 고객에게 어떤 선물을 하겠냐”는 질문이 날아들었다. 롯데와 현대가 백화점 라이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난처한 질문.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한 분과 티 타임은 어떨까요?”라고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러더니 “안 좋아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라며 스스로 뒤집고, “10명에게 사인 모자를 드리겠다”고 수정했다. 행사 장소를 제공한 더 현대와 자신의 스폰서 롯데, 양쪽 눈치를 다 본 ‘외교적 공약’이었다.
덧붙이자면, 유현조는 유명한 KIA 타이거즈 팬이다. KIA와 롯데 자이언츠는 영호남 라이벌. 롯데 모자를 쓴 유현조에게 KIA 우승 공약까지 물었다면 어떤 답이 나왔을까. 골프와 무관해 보이는 이런 사소한 얘깃거리가 쌓일수록, 골프와 대중 사이의 보이지 않는 거리감은 좁혀진다.

마치 7080년대 기념행사처럼 ‘우아한’ 테이프 커팅식까지 마련한 오프닝 세리머니. 엄숙하고 고고한 골프의 관습을 이제는 과감하게 잘라내겠다는 선언처럼 보였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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