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거대 자본이 지배하는 K팝 시장이다. 대기업이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하는 중소 기획사가 용이 되는 시기는 물 건너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FNC와 RBW를 거쳐 신생 엔터테인먼트사 ‘비웨이브(B-WAVE)’를 설립한 구본영 대표도 이같은 흐름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용기를 냈다. 자본 중심 구조에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겠다는 각오다. ‘도광양회’의 자세로 내실을 다지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바이럴 마케팅은 막대한 자본력에 의존한다. 신곡이 나오면 대중이 도무지 듣지 않고는 배길 수 없도록 온오프라인을 도배하는 방식이다. 댓글은 100개밖에 없는데 조회수는 수백만에 이르는 기현상도 자본력에서 기인한다.
구본영 대표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인터뷰에서 “똑같은 자금이 주어진다면, 나는 다르게 쓸 것이다.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자본력을 이기는 진심이 뭔지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대표답게 모든 면에서 자신만의 독창성으로 승부하고 있었다.
먼저 마케팅 감각이 남다르다. 멤버 한 명 한 명에게 서사를 부여할 계획을 하고 있다. 각종 행사를 다니는 멤버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서사를 구축하는 형태다.
“진심을 담은 마케팅이 힌트랄까요. 팬들처럼 진심을 다해 마케팅을 하니 결국 대중도 반응하는 구조예요. 이것이 자본력을 이기는 진심이 아닐까요.”
가요 기획사에서 무겁게 들리는 용어 중 하나가 ‘월말평가’다. 한 달 동안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내는 자리이자, 연습생들의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점검하는 시간이다. 회사 내 임원진은 이 과정에서 연습생들에게 직접적인 피드백과 개선 방향을 제시하며 긴장감을 높인다. 일각에서는 군대식 문화로 비유되기도 하지만, 구 대표는 그 책임을 트레이닝 시스템에 두고 있다.
“연습생 실력이 늘지 않으면 트레이너 운영 체계를 재정비하기로 했어요. 트레이너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갖고 연습생의 성장을 끌어내는 구조죠. 실력이 늘지 않으면, 트레이너가 강한 평가를 받죠. 대신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충분히 제공하려고 합니다. 프로듀서 알티와 레전드 아티스트 토니안이 월말 평가를 함께 해요. 호평을 받으면 트레이너랑 연습생이랑 끌어안고 울어요. 드라마 같아요.”
가요계에서 가장 권위를 세우지 않는 제작자로 유명하다. 인자한 아버지 리더십은 인연을 지속하게 만든다. 원어스 팬들은 ‘구버지’라 부른다. 아무리 어린 연습생, 신입사원이라도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한다. 떡볶이를 먹으며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을 거친다. 때론 너무 지나쳐 대표의 사진에 낙서를 할 정도다. “대표한테 이럴 일인가?”란 생각이 들어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직원들이 해맑게 웃는 모습에 꾹 참고 넘긴다고.
“권위가 너무 없으면 일하기 힘들다는 말을 선배들이 했었죠. 그것도 각자 재능인 것 같아요. 저는 수평적인 게 편해요. 대표가 아티스트와 회사 편을 가르지 않는 게 중요해요. 서로 입장을 조율하면서 마음을 달래주는 게 필요해요.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무리한 일이라도 성의를 보여주는 게 핵심이죠.”
비웨이브의 첫 타자는 보이그룹이 아닌 걸그룹이 될 전망이다. 당초 보이그룹을 염두에 두었으나, 영입된 여자 연습생들의 기량이 뛰어나 내년 출격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하얗고 맑은 이미지의 구 대표처럼 걸그룹 연습생들도 청량한 이미지로만 잔뜩 모였다.
“어쩔 수 없이 제 취향이 반영되나 봐요. 모아놓고 보니 성숙보다는 순수한 느낌이 강해요. 바르고 맑은 이미지의 친구들이 될 거 같아요. 기대해 주세요. 지금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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