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할리우드 거장 마틴 스콜세지의 발언은 수많은 창작자에게 울림을 줬다. 무명 배우였던 이기혁의 심장에도 파고들었다. 그 말에 영감을 얻고 ‘나 다운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파헤쳤다. 그렇게 동국대 연극영화과에서 인연을 맺은 20년 지기 세 사람이 ‘가장 나다운 걸 하자’고 해서 나온 영화가 ‘메소드 연기’다. 이기혁 감독과 배우 이동휘, 런업컴퍼니 김동현 대표가 그 이름이다.

웃기는 걸 잘하지만, 웃기는 것에만 그치고 싶지 않은 배우의 갈증과 가족과 풀어내지 못한 갈등이 있는 이기혁 감독의 이야기가 영화 속 인물에게 투영했다. 극 중 이동휘는 배우 이동휘이자 이기혁 감독이기도 하다. 20년 지기가 똘똘 뭉쳐 시작한 이 영화가 단편을 지나 각종 유수의 영화제를 거쳐 드디어 개봉이라는 찬란한 순간 앞에 왔다.

이기혁 감독은 최근 진행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프리프로덕션부터 하면 벌써 5년이 걸린 작품이다. 긴장되고 떨린다. 오랜 친구인 이동휘가 배우로서 가진 고민을 잘 알고 있고, 저 역시 저의 가족과 관련된 정서를 인물에 투영시켰다”고 말했다.

메소드 연기란 배우가 캐릭터의 감정과 상황에 심리적으로 몰입해, 자신의 경험·감정을 활용해 실제처럼 느끼고 표현하는 연기 기법을 뜻한다. 역할에 몰입한다는 건, 어쩌면 일상의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구나 자식과 부모로서, 학생과 사회인으로서, 각기 다른 사람을 만날 때마다 역할이 바뀐다. 그 역할에 몰입하게 될 경우 누구나 메소드 연기를 하게 된다. 이기혁 감독은 이 지점에서 대중성을 찾았다.

“가족 구성원 안에 섞여 있을 때도 엄마나 아들, 딸 등등의 역할이 주어지잖아요. 누구나 그 역할 속에서 버텨내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내 자아만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건 가족과 있을 때도 어려운 것 같아요. 인생의 스테이지가 있고, 백스테이지가 있다는 건 누구나 같아요. 사람들 앞에서의 나와 뒤에서의 나가 갖는 양면성을 담고 싶었어요.”

배우 출신이다. 외형이 공유와 닮았다. 배우 출신인 경우 엄청난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메소드 연기’를 비롯해 이기혁 감독의 작품은 모두 다 영화제를 흔들었다.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한 셈이다. 연기와 연출, 이기혁 감독은 뭐가 더 좋았을까.

“저 역시 저울질을 많이 했어요. 내 결이랑 맞는 직업이 뭘까 고민했어요. 배우는 편집에 대한 선택권이 없잖아요. 가끔 제가 원치 않는 연기가 미디어를 탈 때도 있어요. 상처가 되기도 하죠. 연출은 제가 마음에 들 때까지 쥐고 흔들 수 있잖아요. 편집에서 몇 프레임만 바뀌어도 느낌이 달라지고, 사이즈에 따라서도 의도가 보여요. 포기만 하지 않으면 완벽성을 추구할 수 있어요. 그래서 연출이 더 좋아요.”

연출력이 뛰어나다. 초반부 오프닝의 어긋난 지점들,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코미디, 후반부 롱테이크 신에서 펼치는 억눌린 감정의 표출까지, 신인의 것이라 믿기지 않는 뛰어난 지점이 많다.

이 감독은 늘 엄마였던 존재를, 엄마가 아닌 하나의 인간으로 마주했을 때 받았던 충격을 극 중에 고스란히 담았다. 인물의 표정 대신 묵묵한 뒷모습을 비추는 콘셉트 역시, 관객 각자가 상상하는 자신만의 ‘엄마’를 떠올리게 하려는 영리하고도 따뜻한 연출을 보였다. 사극에서의 떼신이나, 후반부 이동휘를 활용한 광기는 단연 최고의 시퀀스다. 배우로서 느낀 갈증이 좋은 디렉션을 만들었다.

“제가 배우 하면서 갈증이 있었어요. 어떤 방향인지 알면 더 좋을 텐데, 장치적으로만 쓰이는 거죠. 그래서 보조출연자에게까지 일일이 가서 설명했어요. 그러면 자발적으로 연기를 잘하게 돼요. 주조연, 단역 상관없이 다 같은 배우잖아요. 모두가 자기 인생에선 주인공이고요. 마지막 클라이맥스는 이동휘의 개인기에 의지한 면도 있어요. 워낙 잘하는 배우잖아요. 서로 잘 아는 만큼 시너지가 난 것 같아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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