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패럴림픽의 영웅들
‘살아있는 전설’ 마스터스, 메달 24개째
‘스키 명가’ 아이그너 가문, 남매가 금메달 7개
랄프 에티엔, 아이티 최초 동계패럴림피언

[스포츠서울 | 코르티나=김동영 기자] 패럴림픽 무대에서 장애는 제약이 아닌, 또 다른 가능성을 증명하는 새로운 지평이 된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패럴림픽에서도 신체적 한계를 딛고 도약한 ‘영웅들’이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지워내며 묵직한 울림을 전했다.
장애인 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 옥사나 마스터스(미국)는 자신의 8번째 패럴림픽 무대에서 4관왕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하계와 동계를 통틀어 총 24개(금13·은7·동4)의 메달을 수확, 역대 미국 선수 패럴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갈아치웠다.

1989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현장 인근에서 태어난 그는 방사능 영향으로 양쪽 다리 기형과 손가락·발가락 다지증, 신장 결손 등 심각한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학대당하던 그는 미국으로 입양된 후 스포츠를 통해 상처를 치유했다. 조정, 사이클,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등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패럴림픽의 상징적인 스타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도 마스터스는 37세의 나이에 한국 장애인 스포츠 ‘간판스타’ 김윤지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세월의 흐름조차 비껴간 독보적인 기량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끈끈한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 ‘가족 영웅’들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스키 명가’ 아이그너 가문의 기세는 이번 대회에서도 매서웠다.
베로니카 아이그너가 여자부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를 땄다. 막내 요하네스 아이그너는 남자부에서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장애가 삶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부모의 확고한 교육 철학 속에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메달 색깔보다 값진 희망을 보여준 이도 있다. 아이티 국적의 유일한 선수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랄프 에티엔(36)이 주인공이다. 이번 대회 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 입식에 출전해 아이티 역사상 첫 동계 패럴림픽 출전 선수가 됐다.

그의 여정은 2010년 아이티를 덮친 대지진 한복판에서 시작됐다. 당시 무너진 다층 건물 더미 아래 거꾸로 갇혔던 그는 8시간의 사투 끝에 구조됐으나 왼쪽 다리를 잃었다. 성공한 사업가에서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된 그는 절망 대신 새 삶을 선택했다. 스키다. 불과 3년 전 시작했다.
경기에서는 비록 최하위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에티엔은 환하게 웃었다. “지진의 잔해에서 이제는 세계 최고의 스키어들과 함께 산 정상에 서게 됐다”며 “4년 뒤에는 단순히 참가자가 아니라 금메달을 따러 다시 오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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