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년 차 배우의 1인극 도전기
뿌리부터 시작된 영역 확장
3월 16일부터 6월 7일까지 링크더스페이스서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배우 배수빈(49)이 ‘천의 얼굴’임을 스스로 증명한다. 매체와 무대를 오가며 다양한 마스크를 착용하는 그가 이번엔 1인 15역으로 또 한 번 변신을 예고했다.
배수빈은 이달 16일 개막하는 연극 ‘지킬앤하이드’에서 공연을 이끄는 유일한 인물인 ‘퍼포머’로 등장한다. 그의 배역 앞에 ‘유일한’이라는 형용사가 붙듯, 작품은 1인극이다. 그는 150명의 관객 앞에서 15명의 인물을 그려낼 예정이다.
배수빈은 최근 스포츠서울에 “성장하는 장소가 무대”라며 연극 ‘지킬앤하이드’의 여정과 1인극 무대의 매력을 전했다.
◇ TV·스크린과 무대의 대통합
배수빈은 2002년 CCTV ‘기억의 증명’으로 데뷔해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 중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업계에서는 ‘눈매가 깊은 배우’로 통한다.
그는 TV와 스크린 속 모습이 익숙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무대와의 인연도 깊다. 2007년 연극 ‘다리퐁 모단걸’을 시작으로, 최근 3년간 매년 한 작품씩 무대에 오르고 있다.
‘무대’와 ‘성장’을 함께 묶은 배수빈은 “영국의 ‘천재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메인 스트림에서 계속 공연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라며 “매체에서 활발히 연기 활동을 펼치는 배우가 동시에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것은 어릴 적 로망이었다. 공연은 심오하면서도 자존감을 채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똑같은 텍스트를 수십번 되뇐 후 매체로 가면 그만큼 채워진 기억이 존재한다. 매체와 무대는 배우들에게 유기적으로 섞여 있어, 무대가 뿌리의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어릴 적 로망을 실현한 육각형 배우의 성장은 현재진행형
배수빈은 연극 ‘지킬앤하이드’를 통해 1인극에 처음 도전한다. 지난해 초연 당시 ‘연기 차력쇼’로 알려진 무대를 90분 동안 홀로 이끌어가야 한다.
오래전부터 꿈꿔온 1인극이지만, 작품 합류 전까지 걱정과 고민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배수빈은 “난 자기 검열이 센 편이다. 나 홀로 무대를 채울 수 있는 실력과 에너지가 있는지를 나 자신에게 물었다”라고 털어놨다.
배우로서 걸어온 지난 24년을 되돌아본 후 미래를 설계했다. 배수빈은 “지금까지 좋은 배우들을 만나 좋은 필모그래피를 써왔다고 생각한다. 쉬지 않고 활동했지만, 여기에 안주할 수 없었다”며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털어내야 하는 공연이라고 깨달았다”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 작품이 말하는 ‘선과 악’의 경계
연극 ‘지킬앤하이드’ 무대 위의 배수빈은 90분 동안 쉴 새 없이 7개의 마스크를 갈아 끼운다. 두 인격을 가진 ‘지킬’과 ‘하이드’는 물론 미궁에 빠진 유언장을 추적하는 ‘어터슨’이 된다. 어느 순간엔 ‘엔필드’ ‘래니언’이 됐다가 ‘경관’ ‘목격자’가 되기도 한다. 일곱명의 인물에 비해 다소 비중이 떨어지는 역할까지 합하면 1인 15역을 소화한다.
작품의 핵심은 정반대의 인격이다. 배수빈은 특히 ‘선(善)’을 상징하는 ‘지킬’과 ‘악(惡)’을 품은 ‘하이드’를 동시다발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배수빈은 연극 ‘지킬앤하이드’ 출연을 결심한 것에 대해 “평소 ‘선과 악’에 관심이 많다. 분명히 구분을 지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떤 게 선이고 악인지에 대해 고민에 빠지곤 한다”라며 “사자가 토끼를 사냥하는 게 악일까? 어떤 시선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자는 그저 배고팠을 뿐인데, 이를 악으로 바라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바라보는 선과 악은 무엇인가, 또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해 물음표를 던지는 작품”이라며 “부딪히고 깨지면서 연습하고 있다. 드라마가 촘촘히 짜여있어, 관객들도 여러 가지 면에서 소통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막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배수빈은 “오랜만에 쫄깃쫄깃한 기분 좋은 긴장감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라며 “무대는 에너지를 숨길 수 없는 장소이지만, 나를 겸손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발가벗는 심정으로 무대에 오르겠다. 밑천까지 드러낼 용기로 연기하겠다. 많은 분이 좋아하실 공연이니, 꼭 공연장을 찾아 즐기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배수빈과 정동화, 정욱진, 차정우(본명 추정우)의 ‘연기 차력쇼’가 예고된 연극 ‘지킬앤하이드’는 오는 16일부터 6월 7일까지 서울 대학로 링크더스페이스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