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우크라 스켈레톤 선수 ‘추모 헬멧’ 착용 제지

“가슴 찢어질 만큼 고통스러워” 호소

젤렌스키 “부적절한 행위로 볼 수 없다”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우크라이나 스켈레톤 국가대표 블라디슬라프 헤라스케비치(27)의 전쟁 희생자 얼굴이 새겨진 헬멧 착용을 제지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8) 대통령은 “불편하거나 부적절한 행위로 볼 수 없다”며 반박했다.

헤라스케비치는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공식 훈련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스포츠 선수들의 얼굴이 그려진 헬멧을 쓰고 연습 주행을 소화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을 이어가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러나 IOC가 제지에 나섰다. 헤라스케비치는 이날 개인 SNS에 “IOC가 러시아의 2022년 침공 이후 사망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초상이 담긴 헬멧을 훈련과 경기에서 모두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며 “가슴이 찢어질 만큼 고통스럽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헬멧에 담긴 희생자들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여기엔 올림픽과 유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국가대표 동료였던 피겨스케이팅 선수 드미트로 샤르파르 역시 새겨졌다.

헤라스케비치는 IOC에 헬멧 착용 허가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IOC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올림픽 헌장 제50조 2항엔 2021년부터 시상식에서 정치적 행위를 금한다고 규정했지만, 기자회견이나 SNS를 통한 의견 표명은 제지 대상이 아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즉각 입장을 내놨다. 그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대표팀 기수로 나선 헤라스케비치가 우리 투쟁의 대가를 세계에 알린 점에 감사한다”며 “이 진실은 불편하거나 부적절한 것이 아니다. ‘스포츠 행사에서의 정치적 시위’로 치부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논란은 현재 러시아의 민낯을 전 세계에 다시 알리게 된 계기”라고 덧붙였다. 마트비 비드니 우크라이나 체육부 장관은 이달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러시아에 의해 650명 이상의 선수와 지도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2018 평창에서 첫 올림픽 무대를 밟은 헤라스케비치는 2022 베이징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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