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조직위, 기본과 존중 부족

중국·일본은 있고 한국은 없다

다음에 붙여주면 그만? 태도 논란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500m 때는 한국 붙여 주겠다.”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참가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가치 위에 서 있다. 그러나 밀라노의 한 경기장에선 그 원칙이 가볍게 취급됐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농담처럼 던진 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인식은 가볍지 않다. 이곳은 동네 운동회가 아니라 올림픽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현장이다.

10일(한국시간)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 스타디움. 여자 1000m 경기가 열린 경기장 안팎은 시작부터 어수선했다. 선수와 코치를 비롯해 관계자와 취재진, 자원봉사자가 뒤엉킨 동선은 ‘올림픽’이라는 이름과 거리가 멀었다.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선수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이 대회 내빈 동선과 겹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진짜 문제는 다음이다. 경기 후 선수 인터뷰가 이뤄지는 믹스트존. 각국 취재진의 편의를 위해 국가별 구획이 나뉘어 있었다. 구획별로 이탈리아, 미국, 네덜란드, 중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그런데 한국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번을 다시 훑어봐도 마찬가지다.

믹스트존 담당자에게 “왜 한국은 없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황당’ 그 자체다. 이 관계자는 “누가 몰래 한국만 떼 간 것 같다”고 했다. 웃자고 던진 말이지만, 웃을 수 없다. 계속 항의하자, 돌아온 답변은 “500m 때는 한국을 붙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동네 운동회도 아니고, 국가를 ‘넣었다 뺐다’ 하는 게 가능한가. 더 본질적인 질문은 ‘왜 처음부터 한국은 없었느냐’다. 실수였다면 즉각 사과하고 바로잡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다음 경기 땐 해주겠다’는 태도는 실수의 수습이 아니라, 상대를 가볍게 여기는 인식의 노출이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국은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수십 년간 꾸준히 메달을 쌓아온 빙상 강국이다. 그런데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행정 미숙을 넘어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더 불쾌한 지점은 태도다. 미안함도, 문제의식도 없다. 상황을 웃음으로 넘기려는 말투, ‘다음엔 해주겠다’는 식의 대응은 상대를 존중하는 방식이 아니다. 올림픽은 국기를 가슴에 품고 경쟁하는 무대다. 경기장 밖 운영 역시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올림픽은 공정과 존중을 전제로 한다. 빙판 위 판정이 0.001초까지 엄격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운영의 공정함, 태도의 균형, 존중의 일관성이 함께할 때 비로소 ‘진짜 올림픽’이 완성된다. 이런 태도가 반복된다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림픽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조직위원회부터 깨달아야 한다. 올림픽을 올림픽답게 만드는 건 화려한 개회식도, 최신 시설도 아니다. 상대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기본에 대한 존중이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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