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기업심리, 제조업은 ‘봄’ vs 비제조업은 ‘겨울’…양극화 심화
- 수출 대기업 CBSI 100 돌파, 낙수효과는 ‘0’…“고용 없는 성장 탓”
- 자영업자·SME “고금리에 이자 내기도 벅차”…내수 부양책 절실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2026년 새해, 한국 경제가 잔인한 ‘두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주력 업종은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지만, 골목상권과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한겨울 동토(凍土) 그 자체다. 이른바 ‘K-자형’ 경제 양극화가 고착화되면서 서민 경제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반도체·자동차 ‘나 홀로 독주’…제조업 체감경기 3년 7개월 만에 최고

한국은행이 발표한 ‘1월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전 산업의 경제심리지수(CBSI)는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다. 상승세를 이끈 것은 오로지 ‘제조업’, 그중에서도 ‘수출 대기업’이었다.
1월 제조업 CBSI는 97.5를 기록하며 기준선(100) 회복을 눈앞에 뒀다. 이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22년 6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 업황 개선과 글로벌 AI 투자 확대가 기업 심리를 녹인 덕분이다. 현대차·기아의 수출 호조도 한몫했다. 실제로 대기업의 심리지수는 이미 100을 훌쩍 넘기며 “경기가 좋다”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 “손님 끊기고 빚만 늘어”…온기(溫氣) 닿지 않는 내수

반면, 비제조업(서비스업, 도소매업 등)의 상황은 처참하다. 1월 비제조업 CBSI는 전월보다 하락하며 뒷걸음질 쳤다. 연말 특수가 사라진 정보통신업과 도소매업의 수주 절벽이 현실화된 탓이다.
현장의 목소리는 통계보다 더 차갑다. 고금리 기조가 해를 넘겨 지속되면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1430원대를 오르내리는 고환율은 원자재를 수입해 내수 시장에 파는 중소기업들의 채산성을 갉아먹는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부품 납품 업체들의 목소리도 절박하다. “대기업 수출이 잘된다고 해서 그 온기(溫氣)가 아랫목까지 내려오지 않는다”는 게 현장의 하소연이다. 오히려 납품 단가 인하 압박과 인건비 상승으로 불황 체감은 더욱 심해졌다는 것이다. 과거 수출 호황이 내수 소비로 이어지던 ‘낙수효과(Trickle-down)’의 고리가 완전히 끊어진 셈이다.
◇ ‘고용 없는 성장’이 부른 구조적 위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극화의 원인을 ‘산업 구조의 변화’에서 찾는다. 반도체와 AI 산업은 대표적인 장치 산업으로, 막대한 투자가 일어나도 고용 유발 효과는 크지 않다. 최근 기업들이 공장 자동화와 로봇 도입(피지컬 AI)을 서두르면서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결국 가계의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와 금리만 오르니 지갑이 닫힐 수밖에 없다. 수출 대기업이 벌어들인 돈이 사내 유보금으로 쌓이거나 해외 투자로 빠져나가는 사이, 내수 시장은 말라가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중 내수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단순히 금리 인하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영세 소상공인과 한계 기업을 위한 정교한 ‘핀셋 지원’과 ‘마이크로 타겟팅(Micro-targeting)’식 내수 부양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착시 효과에 취해 골목의 비명을 외면한다면, 2026년 한국 경제는 ‘절반의 성공’이 아닌 ‘완전한 실패’로 귀결될지 모른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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