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요즘 선수는 젠지세대(Generation Z·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 지칭)가 주축이다. 견해를 소신껏 말한다. 그래서 더 좋다. 선수 출신으로 더 이해하게 되고 어떻게 지원할지 명확해진다.”

최근 서울 올림픽회관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이수경(43)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장은 이렇게 말하며 방싯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삼보모터스 그룹 CFO)인 그는 한국 동.하계 올림픽 사상 최초의 여성 선수단장이자 선수 출신 동계 선수단장이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심판으로 활동한 적이 있는 그는 은퇴 이후 기업가로 활동하면서도 동계 스포츠와 연을 지속했다. 지난해 1월 빙상연맹 회장 당선 이후 대한체육회 이사, 동계올림픽종목협의체장으로 활동했는데 이번에 선수단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취임 이후 ‘여성 인재 중용’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의 의지와 궤를 같이한다. 이번 올림픽은 유 회장이 ‘체육 대통령’직에 오른 뒤 처음 치르는 국제 메이저 대회. 동계 종목 선수와 행정을 두루 경험한 이수경 회장의 경험치를 신뢰하며 단장직까지 맡겼다.

지난 7일 올림픽 D-30 미디어데이에서 이 단장은 “금메달 3~4개 이상 깜짝 성적도 가능하다”고 당차게 말해 시선을 끌었다. 성적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유 회장은 “사실 난 부담스럽다. 목표는 이 단장께서 수립한 것”이라고 농담했는데, 이 단장에겐 ‘근거 있는 자신감’이 따른다. 역대 가장 ‘젊은 선수 단장’인 그는 선수와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선수단의 힘을 신뢰하고 있다. 실제 메이저 대회 호성적의 선결 조건 중 하나는 분위기. 이 단장은 “오랜 기간 동계 종목에서 일했지만 이번처럼 선수단 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최근 사전 경기로 치른 스피드스케이팅의 동계전국체전을 다녀왔는데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민선은 내게 ‘브이(V)’, 박지우는 ‘엄지’로 응원해달라고 눈읏음 짓더라”고 말했다. 또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를 앞두고 있지만 즐기는 마음도 품을 줄 안다”고 강조했다.

매번 올림픽을 앞두고 극심한 파벌 다툼, 각종 비위 문제로 질타받은 쇼트트랙만 해도 어느 때보나 남녀 대표팀이 똘똘 뭉쳐 밀라노를 겨냥하고 있다. 이 단장은 “쇼트트랙은 남녀 모두 하나 된 게 느껴진다. 특히 여자 대표팀 (주장) 최민정은 자기 신경쓰기도 바쁠 텐데 큰 이해심으로 동료를 챙기고 이끌더라. 나이를 떠나 존경심까지 들었다”며 “그 외 컬링 믹스더블도 김선영이 노련하게 분위기를 잘 만들고 있다. 설상 종목도 요즘 좋은 소식이 많은 만큼 기세를 이어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단장의 ‘경험치’는 물밑부터 발휘되고 있다. “동계는 장비가 굉장히 중요하다. 썰매 종목의 봅슬레이도 그렇고, 쇼트트랙도 날 정비가 생명이다. 디테일해야 한다. 유 회장, 김 촌장께도 이런 부분을 말씀드렸다. 주요 종목에 장비 담당이 있는데 선수단 규모가 작으면 AD카드(올림픽 등록카드)를 받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경기력에 직결하기에 이견 조율을 거쳐 장비 담당도 합류하는 쪽으로 정리한 게 있다.”

올림픽 기간 판정 이슈 등 위기 대처에 대해서도 심판을 경험한 이 단장이 앞장설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단장은 “요즘 비디오 판독이 정확한데, 심판이 어느 모니터를 보느냐가 중요하다. 방송에 나오는 모니터와 심판이 보는 모니터가 다를 수 있다”며 “이번 대회엔 비디오 숫자를 많이 둔다고 들었다. 현장에서 빠르고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작부터 ‘일 잘하는 단장’을 외쳤다. 그는 “단장직을 수행하신 분들과 통화하면서 노하우도 얻고 있다. 기본을 중시한다. 단장으로 대접받는 게 아니라 ‘선수가 필요한 게 무엇이냐’를 먼저 챙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낯설지 않다. 사실 빙상연맹 회장이 된 뒤 외압을 느껴 회의감이 든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선수 중심 행정’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더욱더 섰다. 단장직도 그런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선수단은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결단식 한 뒤 30일 본단이 결전지 이탈리아로 떠난다. 이 단장은 “선수 스스로 믿음을 품었으면 좋겠다. 올림픽은 긴장하는 무대지만 여러 대회 중 하나라고 여기고 기량을 마음껏 뽐내기를 바란다. 나부터 뒷바라지 잘하고 오겠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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