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줄 섰는데 허탕”…뜨거운 ‘두쫀쿠’ 열풍, 차가운 식품 공장
‘수작업의 손맛’ 기계로 구현 불가…품질 타협 없는 대기업의 고심
“제2의 탕후루 될라”…반짝 유행에 수십억 라인 투자 ‘리스크’

[스포츠서울 | 조선우 기자] “이거 하나 먹겠다고 영하의 날씨에 1시간을 떨었어요. 성공했으니 인스타에 올려야죠.”
지난 주말, 서울 마포구의 한 유명 디저트 카페 앞. 두꺼운 패딩으로 무장한 2030 세대가 긴 줄을 늘어서 있었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요즘 없어서 못 판다는 ‘두바이쫀득쿠키(이하 두쫀쿠)’다. 겉은 쫀득한 마시멜로, 속은 바삭한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가 어우러진 이 디저트는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극락의 단맛’을 선사한다는 평이다. 영국 BBC마저 한국의 이 기이한 ‘오픈런’ 현상을 주목했을 정도다.
편의점 매대도 전쟁터다. CU와 GS25 등 편의점 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두바이 쫀득 찹쌀떡’, ‘초코 브라우니’ 등 유사 제품을 쏟아내며 누적 판매 수백만 개를 갈아치웠다. SNS에는 편의점 5군데를 돌아 겨우 구했다는 ‘득템 인증샷’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하지만 정작 식품 제조의 ‘큰손’인 대기업들의 공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소비자가 애타게 찾는데도 라인을 돌리지 않는 기현상. 도대체 왜일까.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식품 관계자 A씨의 목소리에서 그 ‘속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 “기계로는 이 식감 안 나와”… 넘을 수 없는 ‘품질의 벽’

A씨는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드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핵심은 ‘공정의 한계’다. 두쫀쿠 특유의 쫀득함과 바삭함의 조화는 섬세한 수작업에서 나온다.
“공장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그 쫀득한 텍스처를 균일하게 뽑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설비를 억지로 맞추다 보면 품질 편차가 생기고, 결국 ‘이 맛이 아닌데?’라는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지죠. 대기업 이름 걸고 ‘짝퉁’ 소리 들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또 다른 이유는 ‘트렌드의 배신’이다. 업계는 불과 얼마 전 전국을 휩쓸었던 ‘탕후루’의 몰락을 생생히 기억한다. 시각적 자극으로 뜬 유행은 식는 속도도 LTE급이다.
식품업계 관계자 B씨는 “공장 라인 하나를 새로 깔려면 최소 수십억 원이 든다. 그런데 3개월 뒤에도 이 인기가 유지될까? 탕후루처럼 한순간에 사라지면 그 설비는 고철 덩어리가 된다”며 “유행 중심의 소비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도박”이라고 털어놨다.
◇ 신뢰가 생명… “시즌 상품으로 퉁칠 수 없어”

편의점 PB상품은 ‘시즌 한정’이라는 명분으로 치고 빠지기가 가능하다. 맛이 조금 부족해도 “편의점이니까”하고 넘어가는 심리적 마지노선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 브랜드는 다르다. 제품 하나가 삐끗하면 브랜드 전체의 신뢰도에 금이 간다.
“단기 매출 좀 올리겠다고 완성도 떨어지는 제품을 내놨다가 역풍 맞느니,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는 게 내부 결론입니다.”
기존 제품과의 협업 가능성을 묻는 말에도 대기업들은 “논의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시장과 차갑게 식어있는 공장. 그 간극 사이에서 대기업들은 ‘매출’ 대신 ‘신뢰’라는 보수적인 답안지를 선택하고 있다. blesso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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