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개막 전까지만 해도 하위권이 예상됐던 흥국생명이 기대 이상의 페이스로 선두권 싸움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시즌 우승의 주역 김연경 은퇴로 인해 전력 누수가 불가피했다. 김연경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현역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도 공수에 걸쳐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했던 김연경이 빠졌으니 쉽지 않은 시즌이 예상됐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도 뒷순위로 무게감이 떨어지는 레베카를 뽑았다. 여기에 우승 사령탑 마르첼로 아본단자 전 감독까지 떠나 사실상 팀이 재창단 수준의 변화에 직면하는 흐름이었다.

여러 이유로 인해 흥국생명은 상위권에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팀에서도 당장 이번시즌의 성적보다는 요시하라 토모코 감독과 함께 1~2년 후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데 의미를 두기로 했다.

시즌이 후반기로 향하는 현재 흥국생명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23경기에서 13승 10무 승점 41로 3위에 올라 있다. 2위 현대건설(42점)과는 겨우 1점 차. 선두 한국도로공사(49점)에는 8점 뒤지지만 일단 봄 배구에 갈 수 있는 순위는 지키고 있다. 4위 IBK기업은행(36점)과는 5점 차이다.

18일 기업은행전은 지금의 흥국생명이 얼마나 탄탄한 팀으로 변화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레베카가 공격성공률 27%에 그치며 12득점으로 부진했지만 국내 선수들이 십시일반 활약해 승리를 합작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김다은이 18득점으로 에이스 역할을 담당했고, 미들블로커 이다현도 14득점 활약했다. 최은지는 10득점을 보탰다. 아포짓 스파이커 문지윤은 4세트 선발로 나서 5득점하며 레베카의 부진을 채웠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 선수들의 활약만으로도 승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일본 출신의 요시하라 감독은 기본기와 반복되는 훈련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도자다. 그래서인지 경기를 거듭할수록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 그리고 이단 연결 등 기초적인 플레이가 발전하는 모습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 선수가 부진하면 다른 자원이 들어가 활약해 분위기를 바꾸는 패턴도 자주 나온다. 기업은행전에서는 문지윤, 김수지 등이 그 역할을 해냈다.

흥국생명은 최근 4연승을 달리며 여자부 순위 싸움의 중심에 섰다. 자라나는 ‘죽순’처럼 성장을 강조했던 요시하라 감독의 구상이 맞아떨어지는 분위기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