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어차피 순위는 정해진다. 모든 팀이 외국인 사령탑 선임 효과를 누릴 수는 없다. 거품은 빠지기 마련이다.
지난 1~2년 사이 V리그, 특히 남자부의 핵심 트렌드는 외국인 감독 선임이었다. 해외로 눈을 돌려 현대 배구 이해도가 높은 사령탑을 데려와 선진 시스템을 이식하겠다는 의도였다. 삼성화재, 한국전력 두 팀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팀이 모두 외국인 사령탑을 영입할 정도로 유행이 됐다.
유행의 끝이 보이는 모양새다. 지난시즌을 끝으로 OK저축은행 오기노 마사지 감독이 한국을 떠났고, 이번시즌에는 우리카드 파에스 감독, KB손해보험 레오나르도 감독이 짐을 쌌다.
외국인 감독 선임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는 있다. 선진 배구의 디테일한 훈련, 분석 등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발전적인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성적이다. 모든 팀이 1등을 할 수 없다. 순위는 정해지고 외국인 사령탑에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는 팀이 나오기 마련이다.
국내 문화, 정서와 맞지 않는 지도 방식도 팀 분위기에 잡음을 가져온다. 배구 감독이 하는 일은 훈련, 전술 수립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팀을 안정적으로 이끄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스타일에 따라 국내 선수와 맞지 않을 리스크가 따른다. 나름대로 전력이 탄탄한 우리카드, KB손해보험이 조기 결별을 선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 혹은 우려했던 결말이었다. 구단 고위 결정권자 그룹에서 외국인 감독 ‘대세론’이 흐르는 동안 실무자 사이에서는 외국인 사령탑 선임이 능사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자주 나왔다. 프로 레벨보다는 유소년 쪽에 외국인 지도자를 데려와 육성에 힘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이른 시점에 외국인 사령탑이 줄줄이 물러나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남녀부를 막론하고 감독대행들의 전성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여자부 IBK기업은행 여오현 대행은 팀을 빠르게 수습하며 봄 배구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남자부에서는 삼성화재 고준용 대행, 우리카드 박철우 대행 등 은퇴한 지 얼마 안 된 초보 지도자들이 성공적으로 반전 분위기를 만드는 모습이다.
젊은 지도자들의 도약은 풀이 좁은 국내 배구 사령탑 생태계에 신선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딛고 외국인, 베테랑 지도자와 경쟁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되겠지만, 일단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세대교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다. 2~3년 내로 은퇴가 예상되는 30대 후반, 40대 초반 베테랑 선수들까지 단기간에 사령탑 후보로 거론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배구팀장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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