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꼴찌 하나은행, 올시즌 1위로
공격·수비 지표 모두 예년보다 좋아졌다
이상범 감독의 ‘기본’ 강조가 주효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부천 하나은행이 여자농구 판을 확실하게 흔들고 있다.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다. 단독 선두다. 확실히 예년과 달리 팀의 결이 달라졌다. 이상범(56) 감독이 강조한 ‘기본’. 이 원칙이 하나은행을 전혀 다른 팀으로 바꿔놓았다.
하나은행은 10승3패, 승률 0.769로 리그 1위를 달린다. 2위 BNK썸과 격차는 2.5경기. 6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두 자릿수 승리에 도달했다. 3연승 흐름으로 올스타 휴식기에 들어섰다.
지표는 더욱 명확하다. 경기당 평균 득점 66.4점으로 리그 1위, 실점은 61.8점으로 상위권이다. 리바운드도 경기당 43.5개로 최상위권에 자리한다. 공격·수비·제공권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꼴찌였던 팀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지난해 하나은행은 평균 득점 55.5점(리그 최하위), 실점 61.3점(리그 5위)에 머물며 경쟁력을 논하기 어려웠다.

변화의 중심에는 이상범 감독의 주문이 있다. 그는 시즌 내내 같은 메시지를 반복했다.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전술보다 앞선 기준이다. 패스 정확도, 수비 로테이션, 리바운드 가담, 루즈볼 집착. 농구에서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지키기 어려운 요소들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코트 위에서도 색깔은 분명하다. 화려한 공격보다 먼저 수비 위치를 잡고, 몸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제공권과 루즈볼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니 경기 흐름이 쉽게 넘어오지 않는다. 기본이 쌓이자 경기력의 기복이 줄었다.

베테랑의 역할도 크다. 진안은 골밑에서 공수 균형을 잡는 축이다. 김정은은 코트 안팎에서 팀을 정리하는 리더다. 기준을 잡아주는 선수들이 있으니 젊은 자원들도 흔들리지 않는다.
또 올시즌 정현의 성장은 상징적이다. 이상범 감독이 새롭게 발굴한 카드다.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 평균 2.4점 1.4리바운드에 그쳤던 그는 올시즌 6.4점 4.2리바운드로 존재감을 키웠다.

이상범 감독의 리더십은 명확하다. 코트 밖에서는 소통을 늘리고, 코트 안에서는 기준을 어기면 분명하게 짚는다. 유연하지만 단호하다. 선수들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안다. 팀이 빠르게 정렬된 이유다.
만년 약체로 불리던 하나은행이 1위에 올랐다. 우연이 아니다. 기본을 쌓았고, 그 위에 전술을 얹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에도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나은행의 1위는 ‘반짝’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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