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배우 김향기가 단막극 ‘민지 민지 민지’를 통해 풋풋한 로맨스를 넘어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 24일 방송된 2025 KBS 2TV 단막 프로젝트 ‘러브 : 트랙’의 여덟 번째 이야기 ‘민지 민지 민지’는 교실 한편에서 발견된 낙서 ‘민지야 좋아해-민지가’를 둘러싸고 같은 반에 있는 세 명의 민지 중 주인공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단순한 첫사랑 서사로 출발하지만, 이야기는 곧 비교와 소외, 자아 인식의 흔들림이라는 10대의 현실적인 감정으로 확장한다.

김향기는 극 중 평범한 고등학생 김민지 역을 맡았다. 공부도, 외모도, 인기에서도 두드러지지 않는 인물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윤민지와 송민지가 교실의 중심에 서는 동안, 김민지는 자연스럽게 선택지에서 밀려난다. 이름마저 흔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지워가는 감정이 인물의 중심 정서다.
김향기는 이 평범한 인물을 과장 없이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큰 사건이나 극적인 장면보다, 시선의 흔들림과 말 없는 침묵, 감정을 삼키는 호흡으로 김민지의 내면을 쌓아 올린다. 자신이 누군가의 선택일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의 위축, 마음을 들킬까 두려워하는 불안, 그리고 결국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까지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연결한다.
특히 교실에서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는 장면은 김향기의 절제된 연기력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감정을 크게 폭발시키지 않으면서도 상처와 성장의 순간을 정확히 전달하며, 김민지를 현실 어딘가에 존재할 법한 인물로 완성한다.
‘민지 민지 민지’는 첫사랑의 설렘을 담고 있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 아역 시절부터 쌓아온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김향기는 이번 작품에서 10대의 미성숙함과 진솔함을 동시에 담아냈다. 평범하다는 이유로 쉽게 지나쳐졌던 감정에 이름을 붙이며, 단막극의 미덕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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