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감독이 공석된 지 두 달이 넘도록 새 사령탑 선임에 애를 먹은 울산HD의 최종 선택은 구단 ‘리빙레전드’ 출신인 김현석 전 전남 드래곤즈 감독이다.

울산 구단은 24일 구단 제14대 사령탑으로 김현석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스포츠서울 12월22일 온라인 단독보도>

울산은 ‘과거 구단을 위한 헌신과 업적, 현재 구단에 관한 이해도, 선수와 함께하는 리더십, 전술·전략 등 모든 역량을 신중히 검토한 끝에 김현석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그동안 현장과 행정 경험을 두루 쌓은 그가 청춘을 바친 울산으로 돌아와 명가 재건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현역 시절 울산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김 감독은 ‘가물치’라는 애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K리그 통산 373경기에 출전해 111골54도움을 기록하면서 K리그 베스트11 6회, MVP(1996년), 득점왕(1997년) 등을 달성했다. 구단은 물론 팬이 인정하는 리빙 레전드다.

하지만 울산이 김 감독을 낙점한 뒤 주위 시선은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짙은 게 사실이다. 김 감독이 현역 은퇴 이후에도 울산에서 장기간 코치(2004~2012)로 활동하고 유소년 강화 부장을 역임하는 등 누구보다 구단 문화를 잘 아는 데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아직 우승을 목표로 하는 빅클럽을 이끌 K리그 사령탑으로 역량을 인정받았는지엔 의구심이 매겨져서다.

김 감독은 지난해 K리그2 충남 아산 지휘봉을 잡고 깜짝 준우승을 해내긴 했으나 올해 전남 드래곤즈에서 6위에 그치며 준플레이오프(PO) 진출에 실패했다. 그만큼 국내를 넘어 아시아 무대에서도 정상을 지향하는 울산 지휘봉을 잡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따랐다. 울산 구단도 모를리 없다. 김 감독은 플랜 A,B,C 모두 어긋난 뒤 쫓기다가 선택한 카드다.

이달 초 취임한 강명원 대표이사 역시 이전까지 구단 내에서 차기 사령탑 후보 리스트만 보기 좋게 내놨을 뿐 긴밀하게 접촉하지 않은 것에 황당했다. 뒤늦게 강 대표이사가 이정효, 정정용 감독 등과 접촉했으나 쉽지 않았다. 특히 광주FC와 이별한 뒤 차기 행선지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이정효 감독은 자신에게 구애한 구단에 10명이 넘는 ‘사단’을 받아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무리한 요구였으나 강 대표이사는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울산행을 선택하지 않고 K리그2 수원 삼성과 계약에 근접했다. 물론 수원이 사단을 품는 것과 동시에 울산보다 더 많은 연봉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수원의 비전이 더 낫다고 여기며 2부행을 결심했다.

올해 김판곤, 신태용 감독까지 2명이나 사령탑을 경질한 울산은 지속해서 내홍이 따랐다. 단순히 선수단과 코치진의 문제를 넘어 프런트 일부 구성원의 무책임한 행정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사무국장이 중심이 돼 수습하기에 바빴다.

특히 신태용 감독이 지난 10월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뒤 선수단과 갈등, 폭행 논란 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구단은 쑥대밭이 됐다. 스포츠윤리센터에서도 관련 사안을 조사 중이다. 그러나 구단은 명확하게 입장을 내놓지 않아 서포터 ‘처용전사’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물음표 투성이가 된 구단 행정과 선수단 분위기는 다수 감독이 울산을 선택하는 데 주저하는 요소로도 작용했다. 지난해까지 K리그1 3연패를 달성하며 ‘신 왕조 구축’에 성공한 울산이 1년 만에 ‘기피 구단’이 된 셈이다.

김현석 감독은 울산 구단을 통해 “언젠가는 여기에 와야할 것으로 생각했다. 선수 때도 원클럽맨으로 뛰었는데, 감독으로도 마지막을 장식할 팀이다. 내 장점은 리더십이다. 선수의 마음을 읽는다. 소통으로 진심이 통하면 올해가 아닌 3연패한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며 팀 재건을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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