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명색이 안타왕인데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다. 하나둘 거취가 확정된 가운데, 3번째 자유계약선수(FA) 도전은 매섭기만 하다. 한화 손아섭(37) 얘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FA 시장이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주요 자원들이 새 둥지를 찾으며 빠르게 정리되는 분위기다. 한때 롯데에서 함께 뛰었던 황재균은 은퇴를 선언했고, 강민호도 삼성과 세부 조건을 조율 중이다.

한화도 예외는 아니다. 올시즌 대권에 실패한 한화는 강백호와 4년 최대 1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탄탄한 마운드에 비해 타격에 늘 발목을 잡혔는데, 왼손 거포인 강백호를 통해 타선 보강을 이룬 셈이다. 구단 관계자도 “오른손 거포 노시환과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손아섭의 입지가 모호해졌다는 점이다. 올해 한화에서 기대만큼의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시즌 도중 손아섭을 데려온 이유는 명확했다. 통산 2618안타를 기록하며 KBO리그 최다 안타 1위의 주인공이자, 3000안타 고지를 눈앞에 둔 베테랑 타자인 만큼 한화로서는 충분히 걸어볼 만한 승부수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존재감이 미미했다. 손아섭은 올시즌 111경에 나서 타율 0.288, 107안타, 5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23의 성적을 남겼다. 한화로 좁히면 35경기, 타율 0.265, 35안타 17타점, OPS에 0.689에 그쳤다. 안타 생산 능력은 건재했지만, 홈런은 단 1개에 불과했다.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설상가상 강백호와 포지션도 겹친다. 지명타자인 데다, 손아섭은 수비가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눈에 띄게 떨어진 장타력도 한몫한다. 강백호 역시 최근 몇 년간 기대를 밑돌았으나, 꾸준히 장타율 4점대를 마크했다. 손아섭의 경우 장타율 3점대에 머무른 데 이어 홈런 개수 또한 하락세다. 노쇠화 우려도 클뿐더러,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지명타자로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존 FA 때와는 확연히 다른 온도 차가 감지된다. 2017년 첫 FA 당시 원소속팀 롯데와 4년 98억원에 계약을 체결했고, 2021년에는 NC와 4년 64억원에 합의했다. NC 시절이었던 2023시즌에는 팀을 4위까지 끌어올리는 등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런데 올겨울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더욱이 C등급이라 보상선수 없이 7억5000만원만 지불하면 되는데도 말이다. 즉, 당장 손아섭을 원하는 구단이 없다는 뜻이다.

찬바람 속에서 선택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건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손아섭의 3번째 FA는 지금도 냉정한 계산 위에 놓여 있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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