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성공한 시즌제 드라마의 딜레마는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의 줄타기에 있다. SBS ‘모범택시3’는 이 난제에 대해 ‘연출자 교체’라는 과감한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지난 19일, 수도권 시청률 11.2%, 최고 13.3%를 기록하며 주간 미니시리즈 1위를 수성한 ‘모범택시3’의 흥행 비결은 단순히 배우들의 호연에만 있지 않다. 이번 시즌 메가폰을 잡은 강보승 감독은 시즌 1의 하드보일드한 질감과 시즌 2의 오락적 경쾌함을 화학적으로 결합하며 시리즈를 변증법적으로 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 미장센의 심화: ‘리얼리티’와 ‘판타지’의 황금비율

시리즈 팬들이 감지한 가장 큰 변화는 ‘톤앤매너(Tone & Manner)’의 안정감이다. 박준우 감독(시즌1)이 탐사보도 PD 출신다운 날 것의 거친 질감을, 이단 감독(시즌2)이 채도를 높인 만화적 활극을 지향했다면, 강보승 감독은 이 두 가지 요소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배합하는 전략을 취했다.

특히 9회 방송분에서 연습생 숙소와 유흥업소를 비추는 조명은 누아르 영화를 연상시키는 딥 포커스와 짙은 그림자(Shadow)를 활용해 묵직한 서스펜스를 구축했다. 반면, 김도기(이제훈 분)가 ‘매니저’로 위장하는 시퀀스에서는 빠른 컷 전환과 리드미컬한 BGM을 사용해 케이퍼 무비 특유의 속도감을 살렸다. 이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대중적인 오락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고도의 연출적 계산이다.

◇ 빌런의 재해석: 장나라 활용법이 보여준 ‘서스펜스의 미학’

강 감독의 연출력은 빌런 캐릭터 구축에서 정점을 찍었다. 특별출연한 장나라(강주리 역)를 그리는 방식은 전형적인 악녀 클리셰를 탈피했다. 소리 지르거나 과장된 액션을 취하는 대신, 카메라를 배우의 미세한 안면 근육 떨림이나 차가운 눈빛에 극도로 밀착시키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활용해 심리적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특히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김도기와 강주리가 대치한 엔딩 씬은 대사 없이 사운드와 호흡만으로 긴장감을 조율하는 ‘연출의 힘’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는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동시에,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영리한 디렉팅이었다.

◇ SBS 시즌제 시스템의 승리: 작가 중심의 세계관과 연출의 변주

산업적인 측면에서 ‘모범택시3’의 순항은 SBS 드라마국이 구축한 ‘쇼러너 시스템’의 안착을 시사한다. 오상호 작가가 설계한 견고한 세계관(World-building) 위에서, 시즌마다 다른 개성을 지닌 감독을 기용하는 방식은 IP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율적인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강보승 감독은 전작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입증한 감각적인 연출력을 바탕으로, 기존 ‘모범택시’가 가진 복수의 카타르시스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시각적 세련미를 더했다. 결과적으로 ‘모범택시3’는 단순한 속편(Sequel)이 아닌, 세계관의 완성도를 높인 확장판(Expansion)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 내고 있다.

이제훈과 장나라의 전면전이 예고된 오늘(20일) 방송은 강 감독이 설계한 이 정교한 복수극의 진가를 확인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는 속설을 보란 듯이 뒤집은 ‘모범택시3’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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