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방이동=김용일 기자] “미국과 일본 따르라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다. 이제 전 세계가 한국을 따른다…생활체육 지향하는 학생이 운동할 권리, 엘리트 선수가 제약 없이 꿈을 펼치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체육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학교 체육 정책 개선을 임기 내 핵심 공약으로 내건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다시 한 번 이렇게 목소리를 내며 인식 전환을 바랐다.

유 회장은 1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노 스포츠, 노 퓨처(No Sports, No Future) 지속가능한 학교체육의 길을 탐(探)하다’를 주제로 한 ‘2025 학교체육진흥포럼’에 참석, 개회사를 통해 현실에 부합한 학교 체육 정책, 인식의 변화를 외쳤다.

유 회장이 강조하는 학교 체육 정책 개선은 이재명 대통령도 관심을 두는 분야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체육 정책 공약에 스포츠 인재 개발을 위한 국가 지원 체제 구축은 물론 모든 국민이 누리는 스포츠 문화 확산을 핵심 화두로 제시했다. 학교 체육 정책도 궤를 같이한다. 유 회장은 지난 상반기 ▲최저학력제 도입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 ▲합숙훈련 규제 등 현실과 괴리로 논란이 가중하는 정책과 관련해 학부모 간담회를 개최하고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체육회는 간담회에서 나온 견해와 설문 조사 결과를 종합해 이재명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유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이후 ‘노 스포츠, 노 퓨처’ 슬로건으로 많은 변화를 끌어내려고 동분서주했다. ‘넘버원’이 학교 체육”이라며 “일반 학생의 스포츠 활동, 학교 운동부 선수의 생활 두 가지로 나뉜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엘리트 체육의 비판론자는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제 전 세계가 우리를 따른다. ‘대한민국의, 대한민국다운, 대한민국만의’ 모델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판론자는 ‘유승민은 초엘리트의 성공한 운동 선수 출신이어서 99%의 고충을 모른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99% 선수도 1%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평가절하받아야 하느냐”며 “전국 학생수가 440만명정도 되는 걸로 안다. 엘리트 선수는 4만3000여 명이다. 1%인데 그들 때문에 정책이 바뀔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도 정책적으로 대우받을 중요한 숫자”라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엘리트를 지향하는 학생 선수가 최저학력제 등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에 묶여 ‘역차별’을 받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학생 선수 모두) 모든 수업을 다 듣는다. 문제는 그걸 다 들어도 인정을 잘 안 해준다. 얼마 전 한 고등학교에 갔는데 오후 4시30분이 됐을 때 (운동하는) 선수가 없더라. (최저학력제 등으로) 수업 이후 학원 가야 한다더라. 운동할 수 있는 게 하루 최대 2시간이다. 이게 역차별 아닌가 싶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어 “(상반기에) 설문조사했는데 총 4192명(초등학생 462명·중학생 976명·고등학생 885명·학부모 1163명·지도자 706명) 중 80% 이상이 불합리한 정책을 걷어내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1인1기’를 화두로 한 일반 학생의 체육에 대한 접근법도 다시 강조했다. 유 회장은 “미국은 얼마 전에 (일반 학생의) 체력장을 부활했다. 미국을 따라야 한다면서 왜 (국내에서) 체력장 얘기는 없느냐”며 “일반 학교 내 좋은 체육 시설이 있는 데 일반 학생은 편히 사용하지 못한다. 운동하려면 고가 레슨비를 주고 배워야 한다”면서 “생활체육을 지향하는 학생이 운동할 권리, 그리고 소수의 엘리트 선수가 제약 없이 꿈과 비전을 펼치는 걸 돕는 게 체육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은 체육회 학교체육위원회 주관으로 진행했다. 학교체육이 직면한 주요 과제를 짚으면서 학생선수·일반학생 모두에게 필요한 지속가능한 학교체육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유 회장 외에 하형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최관용 한국체육학회 회장, 조현재 한국올림픽유산협회 회장, 오정훈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외에 국회의원, 정부 관계자, 시도체육회 및 회원종목단체, 시도교육청, 각급 학교체육 관계자, 체육유관단체, 언론사 등 150여 명이 자리했다.

발제는 ▲학교체육 기반 확립 방안(김택천 (사)함께하는스포츠포럼 이사장) ▲일반학생 체육활동 및 자율체육 활성화 방향(조종현 고진중학교 수석교사) ▲학생선수 정책 개선 방향(김재우 부산시교육청 장학사)으로 구성했다. 종합토론에는 정현우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유국종 해운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 주종미 호서대학교 사회체육학과 교수가 참여해 발제자와 질의응답으로 견해를 공유한다.

체육회는 매년 학교체육진흥포럼 개최를 통해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 관계기관에 전달해 왔다. 특히 2022년 포럼에서 제기된 초등 1~2학년 체육교과 분리 방안, 2024년 포럼에서 제기된 최저학력제 운영 혼선 해소 요구는 교육당국의 검토를 거쳐 개정안이 반영되는 등 학생선수 제도 개선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 올해 포럼은 이런 성과를 기반으로 학생선수 제도 개선, 일반학생 체육활성화, 유관기관 협력체계 구축 등 학교체육 생태계 전반의 체계적 정비와 정책 방향 설정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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