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전설 ‘페이커’, 첫 케스파컵 우승

또 하나의 커리어 추가

올해 롤드컵 3연패 이어 ‘유종의 미’ 거둬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대회였다”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대회였습니다.”

마침내 빈칸이 채워졌다.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통산 6회 우승을 포함해 수많은 국제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린 ‘페이커’ 이상혁(29·T1)에게도 유독 닿지 않은 것 하나가 케스파컵이다. 그 마지막 퍼즐을 맞추며, 그는 2025년을 가장 ‘페이커답게’ 마무리했다.

이상혁과 소속팀 T1은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 SOOP 콜로세움에서 열린 ‘2025 LoL KeSPA컵’ 최종 결승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를 세트 스코어 3-2로 꺾고 팀 창단 후 첫 케스파컵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처럼 이상혁이 있었다.

우승 인터뷰에 나선 그는 기쁨보다 대회의 의미를 먼저 꺼냈다. 이상혁은 “결과를 떠나서, 오랜 만에 출전한 대회였다. 내년 시즌 시작 전에 먼저 실전을 치르며 팀원들과 합을 맞춘 점이 굉장히 의미 있다”며 “그 과정에서 케스파컵 우승이라는 커리어까지 따라와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3년 연속 롤드컵 제패’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운 후 맞이한 케스파컵. 이상혁에게 이번 대회는 단순한 ‘컵 대회’가 아니었다. 새 시즌을 앞두고 팀을 점검하고, 방향을 확인한 무대였다.

올시즌은 변화의 연속이었다. 녹서스·아이오니아 패치, 새 오브젝트 아타칸 등장, 그리고 교전 중심의 메타 변화까지. 이러한 격변 속에서 빠르게 답을 찾으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선 팀이 T1이다.

2025년 한 해를 돌아보며 이상혁은 “올해는 팀 교전에 치중된 메타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팀으로서의 교전에 포커스를 맞추려고 많이 노력했다”며 “연습 과정에서 그 부분을 끌어올린 게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말은 담담했지만, 그 결과는 분명했다. 케스파컵 결승 5세트에서 보여준 T1의 완성도 높은 교전과 운영은 왜 이 팀이 ‘왕조’인지 방증하는 장면이었다.

케스파컵 내내 카메라에 잡힌 이상혁의 표정은 밝은 표정이었다. 혹시 “경기를 즐겼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상혁은 “솔직히 즐기면서 임하진 못했다. 다만 팀원들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좋은 부분을 찾자’고 계속 얘기했다. 그런 과정에서 웃는 장면이 많이 잡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팀원들이 정말 잘해줬다. 결국 팀이 잘해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우승의 공을 팀원들에게 돌렸다. 개인의 업적보다 팀을 먼저 말하는 태도는 여전히 ‘페이커다움’ 그 자체였다.

‘살아있는 전설’이라 했다. 수많은 기록을 쓰며 LoL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케스파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번 우승은 오랜 아쉬움을 지워낸 결과다. 이상혁 개인에게도, 모든 커리어를 T1에서만 쌓아온 선수로서도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됐다. km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