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무일푼에서 시작해 1000원짜리 영철버거를 고려대의 상징으로 만든 이영철씨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58세. 이씨는 지난 13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이영철씨의 삶은 절박함에서 시작됐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그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10살 무렵부터 중국집, 군복 공장, 막노동 현장을 전전했다. 2000년 무렵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를 안고 수중에 남은 돈은 2만2000원뿐이었다. 그는 고려대 앞에서 손수레를 끌고 나와 1000원짜리 버거를 팔기 시작했다.

미국식 핫도그빵 사이에 고기볶음과 양배추, 소스를 넣은 투박한 스트리트 버거는 값싼 가격으로 학생들의 허기를 달랬다. 영철버거는 빠르게 입소문을 탔고, 2005년쯤에는 40개 가맹점을 거느릴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고인은 가격 약속만큼은 끝까지 지켰다. 돼지고기를 등심으로 바꿔도, 재료값 상승으로 버거 하나당 200원의 적자가 나도 가격은 늘 1000원이었다.

그의 나눔은 장사에서 멈추지 않았다. 2004년부터는 고려대에 매년 2000만원을 기부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영철 장학금을 지급했다. 정기 고연전 때마다 수천 개의 영철버거를 무료로 나눴다. 학생들 사이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영철 아저씨가 됐다.

그런데 2015년 영철버거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그러자 고려대 학생들이 나섰다. 영철버거를 다시 살리기 위한 크라우드펀딩에 2579명의 학생이 참여해 6811만5000원을 모았다. 영철버거는 다시 문을 열었고, 고인은 재개업 이후에도 초심을 이야기했다.

2015년 JTBC 인터뷰에서 이영철씨는 “늘,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일하고 또, 학생들하고 많이 소통하고 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을 향해서는 “너무너무 감사하고, 정말 그 고마움 잊지 않고. 정말 내가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답하려고 해요”라고 했다.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추모의 글도 이어졌다. 고려대 출신 김영배 국회의원은 SNS에 “모든 고대생들의 친구이자 아버지였던 영철아저씨,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영철버거와 영철아저씨는 가게 주인과 손님의 관계를 넘어선 존재였다”고 적었다.

온라인 부고장에도 “외롭고 방황하던 청춘의 허기진 마음을 덮어준 분”, “웃음이 눈가에 발자국 남긴 사람으로 기억하겠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102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5일 오전 6시 30분, 장지는 서울시립승화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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