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입욕이나 샤워할 때의 향기가 결국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믿어요.”

길을 걷다 러쉬 매장을 지날 때 기분 좋아지는 향과 유쾌하고 목청 높은 직원들의 활기찬 에너지에 한번 쯤 발길을 멈추거나 미소 지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2002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조용히 문을 연 러쉬는 현재 전국 70여 개 매장과 전용 앱 백만 구독자를 거느리며 우리 사회에 제법 큰 목소리를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브랜드에 인격을 부여하자면 ‘사회운동가’ 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동물 실험 반대’, ‘성소수자 인권 보호’, ‘포장 최소화’, ‘공정 거래’ 등을 외치며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 시스템 변화에 힘써온 러쉬. 우리 나라에 뿌리 내리고 23년의 역사가 쌓이는 동안 실제로 세상은 러쉬가 제시하던 방향으로 바뀌어 왔다. 화장품 브랜드로서 사람들의 피부 뿐 아니라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데 그 누구보다 진심인 러쉬의 우미령 대표를 만났다.

SNS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몇 해 전 과감하게 인스타그램 계정을 닫고, 모든 SNS 활동을 중단했던 결단력이 놀라웠고, 참 ‘러쉬답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본사에서 그런 지침이 내려왔을 때는 정말 당혹스러웠어요.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이 대신할 수 있다는 걸 배웠지요. 좋은 바이럴이란 무엇일까, 세상의 흐름에 바쁘게 쫓아가느라 돌아보지 못했던 본질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했고, 더 건전하게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면서 전화위복이 된 것 같습니다.

‘전화위복’이라고 표현하신 이유는 그 선택이 옳았다고 보시는 거겠지요? 네. 결과적으로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고, 곧 가입자 백만을 앞두고 있어요. 미주, 유럽권 다 합쳐서 150만인데, 우리 나라 고객의 비중이 꽤 높은 셈이죠. 단지 세일즈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러쉬의 진정성을 알리고 함께 놀아볼 준비를 마친 셈인데요, 지난 2년 간 이 초석을 쌓기 위해 지난한 공들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난 여름 뮤직 페스티벌의 화장실을 바꾼 캠페인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러쉬의 목표는 소비자가 느끼는 불편이나 불만, 즉 ‘페인포인트’를 해결해주자는 것이었어요. 단순히 화장실에 저희 제품을 비치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땀 흘리고, 진흙에 더렵혀진 관객을 직접 씻겨주자, 그러면서 함께 놀고 친구가 됐죠.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씻자’ 송도 탄생했어요. 그렇게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러쉬가 함께하면 즐겁다’ ‘기분이 좋아진다’는 걸 인식이 자연스럽게 생기길 바라요.

기업의 진정성 면에서 ‘러쉬’가 돋보이는 이유는, 실제로 사회적 인식 변화에 러쉬가 큰 기여를 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10여 년 전 러쉬가 힘썼던 ‘동물 실험 반대’ 캠페인은 이제 소비자들의 상식이 됐죠. 지금 시점에서 러쉬가 주목하는 사회적 이슈는 뭔지 궁금합니다. 모든 원료를 자연에서 얻는 브랜드로서, 야생 동물의 서식지를 복원하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리와일딩 바잉’입니다. 원재료를 수급하는 과정이 자원 소모가 아닌,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고 주민을 살리며 자원의 선순환이 되도록 만드는 일은 10년, 20년이라는 긴 호흡이 필요한 일이지요. 해마다 더 어려워지는 미션이기도 하지만 결국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인권 이슈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요. 일례로 러쉬는 차별과 혐오를 이겨내고 국제 영화제로 승격한 ‘프라이드영화제’를 15년 간 후원해 왔는데, 올해는 ‘러쉬 코리아 프라이드 어워드’를 신설했지요. 영화를 통해 댜앙성을 포용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요.

더딘듯 하면서도 세상은 점점 변화해 왔고, 이제는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윤리적 소비를 당연하게 여기며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런 인식 변화를 체감 하시나요? 많이 달라졌어요. 특히 최근에 공병수거 회수율이 두 배 이상 높아졌어요. 한 해 공병 40만여 개 회수로 한국이 1등을 했지요. 앱에서 ‘블랙 팟의 환생’, 하나만 가져와도 쇼핑 보증금을 주는 제도등을 도입한 성과였어요. 자원 순환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지고, 그밖에 저희가 몇 년 간 꾸준히 해온 ‘플라스틱 줍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시는 고객도 늘어났고요.

‘웰니스’가 요즘 트렌드 키워드로 자리잡았습니다. 단지 개인의 건강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나와 사회, 나아가 국가와 인류의 상생을 추구하는 확장된 관점의 삶의 방식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러쉬는 정말 웰니스적이고요. 대표님은 ‘웰니스’를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저의 정의는 정말 간단해요. 많이 웃으며 사는 것. 일에 치이고 지치다가도 집에 갔을 때 아이들이 없었으면 내가 이렇게 웃을 일이 있었을까? 싶은 순간이 많아요. 아이들과 있으면 안 쓰던 표현이나 목소리가 나오잖아요. “너무 예쁘다, 사랑해, 고마워” 이런 말도 늘 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진정한 웰니스는 나 혼자 잘 먹고 운동하는 걸로는 이룰 수 없고, 나와 함께 하는 관계 속에서 완성되는 것 같아요. 집에서는 남편과 아이들 덕분에 가능하고, 직장에 오면 늘 감사한 직원 분들에게 마음의 빚을 갚고자 열심히 일하는 게 제 행복의 근원이고 저를 잘 살아가게 만드는 동력이에요.

끝으로 대표님이 러쉬를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으신 바람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러쉬 본사의 이념과 가치 중에 ‘우리는 믿습니다’로 시작하는 긴 문구가 있어요. 그중에 ‘우리는 은은한 촛불 아래서 즐기는 입욕이나, 사랑하는 이에게 마사지해줄 때의 향기가 결국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음을 믿습니다.’는 문장이 제가 진심으로 바라는 바에요. ‘마음 샤워’를 통해 좋은 제품들을 쓰면서 나의 기분이 좋아지고, 그래서 단 한 사람에게라도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절망적인 날이어도 러쉬의 향기가 다시 일어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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