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5년 만의 더블(한 시즌 두 대회 우승). 지난해 강등 위기를 겪은 팀을 완벽하게 부활시켰지만, 한국을 떠나려 한다. 전북 현대 거스 포옛 감독이다.
포옛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에서 연장 사투 끝 2-1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K리그1 우승을 차지한 전북은 더블을 달성했다.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왕조의 재건을 이끌었지만 포옛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전북에 계약 해지 의사를 전달했다. 애초 K리그1 우승을 확정한 뒤 구단과 2026년 구상을 그리며 동행 의사를 밝혔다. 원하는 선수 영입 리스트를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계약 기간 2년 채우는 것처럼 보였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트리거’가 된 건 타노스 코치의 인종차별 징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노스 코치는 스스로 인종차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한국과 결별을 선언한 바 있다. 가까운 사이인 ‘오른팔’이 떠나기로 하면서 포옛 감독도 짐을 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는데 현실이 됐다. 전북은 끝까지 설득한다는 계획이지만, 포옛 감독의 결단을 돌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전북 서포터는 포옛 감독과 타노스 코치를 응원하는 여러 현수막을 들고나왔다. 이들을 떠나게 만든 주요 원인인 심판을 향한 비판 메시지도 가득 담겼다.
경기는 명승부였다. 전북이 이동준의 선제골로 앞섰으나 광주가 후반 프리드욘슨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끌고 갔다. 연장까지 치렀다. 2명이 퇴장하는 사투였는데 결과적으로 전북이 ‘교체 카드’ 이승우의 결승골로 웃었다.
전북 선수는 선제골 직후 타노스 코치를 향해 ‘90도 인사’ 세리머니를 하기도 했다. 주장 박진섭은 “외국인이지만 우리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으로 성장하는 시즌이었다. 많은 걸 배웠다. 골을 넣고 타노스 코치께 감사를 표하자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우승 확정 뒤 전북 선수는 뒤늦게 그라운드로 내려온 포옛 감독을 헹가래하며 우승을 만끽했다. 시상식 순간엔 모두 행복해 보였지만, 포옛 감독과 이별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정조국 코치는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디테일하게 말할 수 없지만 잘 간직해서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 이 자리를 통해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라며 포옛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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