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공룡 센터’로 명성을 떨친 미국 프로농구(NBA) 리빙 레전드 샤킬 오닐(미국)의 손에서 ‘KOREA REPUBLIC’이 새겨진 띠가 펼쳐졌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 향방이 정해진 순간이다.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에서 공동 개최국(미국·캐나다·멕시코) 중 하나인 멕시코와 한 조에 묶이면서 북중미가 아닌 사실상 ‘멕시코 월드컵’을 치르게 됐다.

한국은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케네디센터에서 끝난 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에서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내년 3월 결정되는 유럽 플레이오프(PO) 패스D 승자(덴마크·북마케도니아·체코·아일랜드 중 한 팀)와 A조에 편성됐다.

하루 뒤인 7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세부 일정에 따르면 한국은 내년 6월12일 오전 11시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유럽PO 승자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2차전은 6월19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홈 팀 멕시코와 겨룬다. 3차전은 6월25일 오전 10시 멕시코 몬테레이의 BBVA 스타디움으로 옮겨 남아공과 격돌한다.

북중미 대회는 기존 32개 팀 체제로 꾸린 FIFA 월드컵이 48개국으로 확대해 시행하는 첫 대회다. 4개 팀씩 12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1,2위와 3위 중 성적이 좋은 상위 8개 팀이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조 추첨을 앞두고 한국은 FIFA랭킹 22위를 차지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포트2에 속했다. 포트1 그룹 추첨이 끝나고 포트2 추첨에서 추첨자로 나선 오닐의 선택을 받아 가장 먼저 호명, 멕시코가 들어간 A조에 합류했다. 이어 포트3 국가 첫 추첨에서 미국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남아공을 뽑았다. 이때까지 A조에 유럽 국가가 포함되지 않아 포트4 추첨에서 자연스럽게 유럽 1개국이 포함됐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웨인 그레츠키가 추첨자로 나섰는데 유럽PO 패스D를 잡았다.

한국은 애초 미국에서 월드컵 대다수 경기가 열리는 만큼 서부로 가냐, 동부로 가냐에 초점을 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운명처럼 멕시코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한국은 개최국 멕시코와 지난 9월 미국에서 평가전을 치러 2-2로 비긴 적이 있다. FIFA랭킹이 15위로 한국(22위)보다 높지만 스페인(1위) 아르헨티나(2위) 등 ‘우승 후보급’이 즐비한 포트1 국가 중 해볼 만한 상대로 꼽힌다. 남아공(61위)은 포트3 국가 중 랭킹이 가장 낮다. 유럽PO 승자는 결정되지 않았는데 덴마크(21위)만 한국보다 랭킹이 높고 다른 국가는 30위권 밖이다.

글로벌 매체 ‘ESPN’은 A조에서 멕시코와 한국이 1,2위를 각각 차지해 32강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이 경쟁국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1,2차전이 열리는 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타디움은 해발 1571m 고지에 있다. 국내 태백산과 유사한 높이인데 고지대와 싸움이 불가피하다. 또 본선이 열리는 6월엔 기온이 최고 40도 이상에 달하고 우기여서 고온다습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현지 적응 기능부터 하는 대표팀의 보금자리인 베이스캠프를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이 됐다. 홍 감독은 현지 시간으로 7일 멕시코 베이스캠프 후보지로 이동했다. 최대한 꼼꼼하게 후보지를 둘러본 뒤 우선 순위를 확정, FIFA 프로토콜에 맞춰 신청할 예정이다.

홍 감독은 조 추첨 직후 “고지대에 적응하려면 최소 열흘, 길게는 2주 이상 걸린다. (대표팀) 소집하면 바로 현지로 가 적응해야 할 것이다. 베이스캠프가 중요해졌다”며 상대 분석은 물론, 환경에 이르게 녹아드는 게 최대 화두가 되리라고 봤다. kyi0486@sportsso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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