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MBC가 시청자들의 집중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에 휘말린 두 인물, 배우 이이경과 사업가 백종원을 두고 서로 다른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이이경에게는 즉각 하차를 요구한 반면, 백종원의 프로그램은 방영을 강행하면서 MBC가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22일 ‘놀면 뭐하니?’ 제작진이 공식 SNS를 통해 이이경 논란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며, 이이경이 주장한 ‘면치기 강요’ ‘하차 권유’ 등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이이경은 루머 유포자에 대한 고소 사실을 밝히면서 “예능에서 하차 권유를 받았고 저희는 자진 하차를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전말을 공개했다.

제작진은 “이이경 씨 사생활 루머 유포 사건이 매체를 통해 파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주 웃음을 줘야하는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함께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먼저 하차를 권유한 사실을 인정했다.

문제는 제작진의 결정이 지나치게 서둘러 이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당사자가 루머를 강력히 부인한 상황이었고, 루머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도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놀면 뭐하니?’ 취지와도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진위보다, 프로그램 이미지를 우선해 하차부터 권유한 사실이 그간 방송에서 강조해 온 ‘끈끈한 동료 의식’과도 배치되는 탓이다. 이이경의 출연을 지속시킨 SBS플러스·ENA ‘나는 솔로’ 등 다른 예능과도 비교되는 지점이다.

MBC의 행보가 ‘이중적’이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이이경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반면 백종원에게는 정반대의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MBC는 백종원과 연예인들이 남극으로 향해 대원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콘셉트의 ‘남극의 셰프’를 지난 17일부터 방영 중이다.

시청자 반응은 싸늘하다. 백종원은 자신이 이끄는 더본코리아 관련 ‘빽햄 가격 논란’ ‘원산지 허위 표기’ 등 여러 논란에 휘말리며 구설에 올랐다. 이로 인해 그는 지난 5월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MBC가 ‘남극의 셰프’를 내보내며 6개월 만에 백종원에게 복귀의 장을 깔아준 셈이다. 이 프로그램은 당초 백종원 관련 논란으로 방영이 한 차례 연기된 끝에 이번에 강행 결정됐다.

제작진은 백종원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연출을 맡은 황순규 PD는 ‘출연자의 개인 이슈가 방송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가?’라는 질문에 MBC에서도 깊은 고민을 하고, 제작진도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남극의 셰프’는 출연자가 주인공인 ‘요리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황 PD는 “남극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공존의 의미를 탐구하는 기후환경 프로젝트이기에, 그 본질적 가치를 시청자분들께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MBC의 상반된 태도에 실망감을 내비치고 있다. 당사자가 부인한 루머만으로도 이이경을 내보낸 MBC가 자발적으로 방송 중단을 선언한 백종원에게는 복귀 무대를 제공한 까닭이다. MBC의 공정성과 출연자 기준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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