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포공항=이소영 기자] “관중 수에 압도됐는데, 국내 팬분들이 많이 와주셨더라구요!”

첫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임무를 100% 해낸 ‘슈퍼 루키’ 정우주(19)가 환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정규시즌 막판 구원과 선발을 오가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국제 무대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떨쳤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17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내년 3월에 개최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일본과 평가전을 치렀는데, 1무1패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사사구만 총 23개에 달한 데다, 투수진이 스스로 자멸하는 등 마운드가 말썽이었다.

보완할 점 투성이였지만, 확실한 수확도 있었다. 지난 2차전에 선발 중책을 맡은 정우주가 3이닝 1볼넷 4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투구 수는 53개였고, 사령탑 역시 기대보다 이닝을 잘 이끌어 주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홈이 아닌 원정에서 열린 첫 대표팀 선발전에 실점을 허용하지 않은 점이 고무적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정우주는 “고척에서 일본으로 넘어갈 때 선발로 낙점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도쿄돔이 워낙 크더라. 관중 수도 많아서 압도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런데 한국 팬분들도 많이 와주셨다. 덕분에 좋은 기운을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무엇보다 표정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압박감이 남다른 국제 무대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베테랑도 쉽지 않다. “일본에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솔직하게 밝힌 그는 “압도당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임했다. 역으로 제가 압도하자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는데,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위기도 있었다. 2회초 선두타자 마키 슈고에게 볼넷을 헌납한 데 이어 니시카와 미쇼 타석 때는 악송구를 범하며 주자를 쌓았다. 무사 1,2루 위기에서 기시다 유키노리가 번트에 성공했다. 다만 사사키 다이와 이시가미 다이키를 각각 직선타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자칫하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정우주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인 순간이었다. 그는 “제가 자초한 위기였다”며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그 상황에서 점수를 주지 않으면 분위기가 다시 저희에게 넘어오기 때문에 이 악물고 던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원래 슬라이더를 몸쪽으로 잘 못 던지는데, (이시가미 타석 때) 저도 모르게 던지게 됐다”며 “그 공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제 선택이었지만, 마침 (포수) 사인도 똑같이 나와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고 힘줘 말했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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