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하늘에서 우리 지켜봐 주세요. 사랑해요.”

딸의 마지막 인사 속에, 한 사람의 삶이 조용히 막을 내렸다. 그리고 동시에 다섯 사람의 새로운 삶이 다시 시작됐다.

59세의 선교사 김축복 씨. 그는 살아 있는 동안에도 그리고 생이 끝난 뒤에도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었다.

지난 9월 19일, 식사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김 씨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치료에도 회생이 어렵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매일 기도하며 기적을 바랐다. 하지만 점점 약해지는 몸을 지켜보던 가족들은 결국 마음을 모았다.

“그냥 보내드리기엔 너무 아까운 삶이었다. 그분답게 마지막까지 누군가를 살리는 일을 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렇게 김 씨는 간, 신장(양쪽), 안구(양쪽)를 기증하며 다섯 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4남 2녀 중 막내로 자란 김 씨는 늘 조용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꽃을 가꾸고, 십자수를 놓으며 하루의 일상을 일기로 남기던 그는 결혼 후 분식집을 운영하며 세 자녀를 키웠다.

그리고 10년 전부터는 교회의 권유로 선교사의 길에 들어섰다. 홀로 지내는 어르신에게 반찬을 나르고, 형편이 어려운 이웃과 보육원에 꾸준히 후원하며, 그의 삶은 ‘선행’이 일상이 된 평범한 기적이었다.

딸 한은혜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9월 초에 엄마가 얼굴 보자고 하셨는데, 바빠서 계속 미뤘어요. 이제 그게 너무 후회돼요. 엄마는 마지막 순간에도 누군가를 위해 떠나셨을 거예요.”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김축복 님과 가족의 용기 있는 결정이 다섯 명의 생명을 살렸다”며 “이 같은 생명나눔이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불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선교사로, 어머니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생명기증자로. 김축복 씨는 세상에 남은 ‘끝까지 사랑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wawa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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