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안지현 패션전문위원]

쌀쌀한 늦가을 저녁, 김서룡 디자이너의 2026 봄여름 컬렉션이 관객들에게 따뜻한 봄기운을 선사했다. 이번 컬렉션의 컨셉은 ‘피어나기 직전의 응축된 에너지가 느껴지는 꽃봉오리’로, 화려함보다는 생명력 가득한 절제미를 강조했다.

미니멀한 공간속의 기타선율의 연출로 시작된 쇼

패션쇼가 열린 장소는 적당한 크기의 오픈형 정사각형 공간으로, 일반적인 패션쇼와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바깥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쇼장 내부는 밝은 조명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이러한 조명 연출 덕분에 삼면에 자리한 관객들의 얼굴에 비치는 기대감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움속 에너지를 간직한 꽃의 미학 연출

쇼가 시작되자 김서룡 디자이너의 수트를 걸친 남성 모델이 등장했다. 하지만 성별은 중요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하늘한 꽃 한 송이가 걸어 나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번 컬렉션이 표현한 것은 환한 햇빛 아래 만개한 화려한 꽃이 아니었다. 약간 웅크린 채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는 묵직한 느낌의 꽃봉오리, 바로 그 순간을 포착했다.

자연의 생명력을 담은 컬러 팔레트

이번 컬렉션의 가장 큰 특징은 색채의 조화였다. 지나치게 선명하거나 화려한 컬러 대신, 자연의 생명체에서 느껴지는 뉴트럴한 봄기운의 컬러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이러한 색감의 조화는 ‘아름답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만큼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구조와 유연함의 완벽한 균형

김서룡 디자이너의 작품들은 옷의 구조에서 필요한 부분의 예리한 각도를 살리면서도, 동시에 몸의 실루엣을 따라 여리여리하게 떨어지는 쉐입을 완성했다. 이러한 디테일은 입는 사람의 모습을 더욱 아름답게 돋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냈다.

쇼를 마친 관객들 사이에서는 “매일 이렇게 아름다운 것만 보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김서룡 디자이너는 이번 2026 S/S 컬렉션을 통해 화려함보다는 절제된 아름다움, 완전함보다는 피어나기 직전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한국 패션의 깊이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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