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괜히 방탄소년단이 아니었다. 근래 관람한 콘서트 중 단연 최고였다.
대미를 장식하는 자리였다. 10월 31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 방탄소년단 진의 ‘#런석진 에피소드.투어 앙코르(#RUNSEOKJIN_EP.TOUR_ENCORE)’ 콘서트가 개최됐다.
지난 8월 네덜란드에서 팬콘서트 월드투어를 마무리했지만, 팬덤 ‘아미(ARMY)’의 뜨거운 요청에 진이 직접 결단하며 성사된 공연이다. 그는 무대에서 “공지 후 티켓팅까지 2주밖에 없었다. 어딘가 여행 계획을 짜기도 부족한 시간인데, 이때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무리해서 결정했다”며 현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했다.

팬들에게도 빠듯한 일정이었으나, 진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방탄소년단은 내년 초 ‘완전체 컴백’을 목표로 ‘열일’ 중이다. 짧은 시간 안에 앨범 작업과 콘서트 준비를 병행해야만 했다. 공연 도중 진이 “단체 앨범을 준비 중이라 정신이 없었고, 더 완벽하고 멋있는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러나 진의 염려가 무색하게 공연은 완벽에 가까웠다. 세트리스트, 연출, 가창력, 퍼포먼스, 팬과의 교감 모두 압도적이었다. 팬들이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며 호응한 이유였다.
‘러닝 와일드(Running Wild)’ ‘돈 세이 유 러브 미(Don’t Say You Love Me)’로 이어지는 팝 사운드는 거침없이 몰아쳤고, ‘그리움에’ ‘전하지 못한 진심’에서는 진이 피아노를 연주하며 깊은 감성을 더했다. ‘낫씽 위드아웃 유어 러브(Nothing Without Your Love)’에서는 진과 아미의 합창이 뭉클할 지경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향해 영원을 약속하는 노랫말은 진이 아미에게 보내는 고백 같았다.

연출 역시 진의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런석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진은 경기장 트랙을 내달리며 투어의 여정을 되짚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공연 후반 ‘문(Moon)’ 무대에서는 특수 제작된 열기구 형태의 헬륨 벌룬에 올라 팬들 위를 천천히 돌았다. 달빛 아래에서 노래하는 진의 모습은 마치 밤하늘에서 내려온 왕자처럼 신비로웠다.

이번 공연은 ‘진짜 콘서트’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좋은 콘서트’는 많지만, 아티스트와 관객이 같은 공간과 시간, 그리고 감정까지 공유하며 ‘순간의 행복’을 만드는 ‘진짜 콘서트’는 흔치 않다.
진의 콘서트의 중심에는 항상 ‘아미’가 있었다. 텔레파시 게임과 싱어롱 게임 등 팬 참여형 코너를 통해 끊임없이 소통했고, 팬들과 쉴 새 없이 대화하고 눈을 마주치며 장난쳤다. 단순한 가수와 팬의 관계를 넘어 오래된 친구이자 가족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특히 ‘디 아스트로넛(The Astronaut)’을 부르던 진이 공연장 한가운데 드러누워 노래하고 그 위로 아미의 함성이 겹쳐지는 순간, 오직 진과 아미만이 만들 수 있는 극적인 행복이 완성되는 듯했다.


여기에 방탄소년단의 제이홉과 정국이 깜짝 등장했을 때에는 그야말로 절정이었다. 두 사람은 진과 ‘슈퍼 참치’를 함께 부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각자의 솔로곡 ‘킬링 잇 걸(Killin’ It Girl)’ ‘스탠딩 넥스트 투 유(Standing Next to You)’를 선보이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심지어 사전 예고 없이 방탄소년단 히트곡 메들리까지 함께하자, 현장을 메운 아미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세 사람이 한 무대에 선 장면은 팬들에게 ‘완전체 방탄소년단’의 귀환을 예감하게 하는 가장 특별하고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방탄소년단에게 한계는 어디인가?’ 되묻게 되는 공연이었다. 이미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진이 이번 솔로 투어를 거치며 무대 장악력과 노련미, 여유가 한층 강화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진 스스로도 “처음에는 공연을 준비하며 걱정도 많았지만, 공연이 계속될수록 긴장도 사라지고 이번 투어가 저를 더 성장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군백기’를 마친 방탄소년단은 다시 달릴 채비를 마친 듯하다. 진의 이번 월드투어는 그들의 화려한 복귀를 알리는 예고편이었다. 내년으로 예정된 완전체 컴백이 ‘방탄소년단의 복귀’가 아닌 ‘방탄소년단의 진화’가 될 것임을 이번 공연이 명확히 증명했다. 진은 이날 아미 앞에서 “방탄소년단으로서 더 멋있는 공연으로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진화한 방탄소년단의 새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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