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심장 ‘빅탑’, 인물의 시작과 끝
박스로 보는 인간의 양면성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세기의 서커스라고 불리는 ‘태양의 서커스-쿠자(이하 쿠자)’가 돌아왔다. 서커스의 전통과 곡예, 광대술의 결합으로 대변되는 작품으로, 경이롭고도 연약한 인간 수행의 최고 경지를 조명한다. 여기에 대담한 슬랩스틱 유머까지 혼합돼 다채로운 광경을 연출한다.
쿠자의 제이미슨 린덴버그 예술감독은 15일 서울 송파구 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작품의 독창성과 경쟁력을 소개하며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초대했다.
제이미슨 예술감독은 ‘쿠자’에 대해 “그냥 서커스가 아닌 서커스 중의 서커스인 ‘쿠자’로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위험을 무릅쓴 곡예와 아름다운 라이브 음악, 광대들의 공연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흥분을 느낄 것이라고 운을 띄웠다.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원형 무대 중심에 서 있는 빅탑에 시선을 빼앗긴다. 이는 프랑스의 유명한 공연장인 바타클랑(Bataclan)을 옮겨 놓은 이동식 세트다. 42피트(1280.16㎝) 높이에 1600파운드(725.7㎏)으로 제작돼 시선을 압도한다.

‘쿠자’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빅탑은 프랑스 속어로 ‘함께’를 뜻한다. 이곳에서 모든 출연자가 등장하고 퇴장한다. 즉, 빅탑에서 공연이 시작되고 마친다.
그는 “‘쿠자’는 고대 인도 표준문장어로, ‘상자’를 의미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난과 역경 그리고 삶 속의 보물을 함께 담고 있다”며 “공연 내내 인생 여정에서 자아를 발견해간다. 상자에서 어떤 보물 이야기가 펼쳐지는지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을 통해 단순한 서커스를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쿠자’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권력과 위험을 담고 있기 때문. 특히 공중 후프는 2018년 서울 공연 당시 없었던 새로운 장면으로 추가됐다. 이는 한 여인이 후프 하나에 몸과 마음을 의지해 인생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제이미슨 예술감독은 “한국 예술가들은 영화, 드라마 등에 사랑과 인생의 열정을 많이 드러내는 것 같아. 한국인만큼 감정을 작품 속에 잘 녹이는 이들도 없다. 한국에서의 열정과 사랑을 ‘쿠자’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영화와 춤, 아크로바틱, 학창시절 체육이나 체조를 좋아했다면 공연을 봐야할 것이다. 수준 높은 무대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쿠자’의 흥행 비결에 대해서는 “‘태양의 서커스’는 감동과 재미, 위험한 요소가 모두 어우러지는 동시에 전통적 서커스 요소들이 빠지지 않고 주가 되고 있다. 기술자들이 공연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2007년부터 달려왔다. 피땀 흘린 노력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쿠자’의 중요한 테마는 ‘인류애’다. 캐릭터들의 순수함을 포함해 눈을 뜨고 감는 순간까지의 밝은과 어두움, 죽음과 삶의 갈림길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인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추상적일 순 있으나, 가장 가까운 연결고리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3개월 동안 공연된다. 빠르게 움직여서 환상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공연을 통해 얻는 기쁨을 관객들도 함께 기뻤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시아투어로 7년 만에 돌아온 ‘쿠자’는 오는 12월28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에서 펼쳐진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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