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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강정호가 포스팅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결정을 내리면서 메이저리그행의 8부 능선까지 올랐다. 그러나 포스팅을 통해 제시된 최고 입찰액은 구단과 구단과의 거래 조건이다. 강정호에게 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은 연봉과 옵션이다. 입단 협상에서 어떤 조건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연착륙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달려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포스팅 금액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강정호를 데려가기 위해 넥센 측에 지불해야할 액수다. 강정호의 연봉을 가늠할 기준은 될 수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선수 개인의 미래가치에 더 비중을 두고 있을 경우 포스팅 금액에 비해 연봉이 적게 책정될 수 있고 즉시 전력으로서의 필요성이 부각될 경우 협상과정을 통해 연봉이 상승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협상력이 뛰어난 에이전트의 존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강정호에 앞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LA 다저스의 류현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은 2573만 7737달러였다. 이후 류현진은 6년 간 3600만 달러의 연봉계약을 맺었다. 옵션도 두둑했다. 이닝수에 따라 추가 보너스가 책정됐고 5시즌 동안 750이닝을 채울 경우 1년 먼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조항도 삽입했다. 마이너리그행 거부권까지 따내 부담없이 메이저리그에 안착할 수 있었다. 최고의 에이전트로 꼽히는 스캇 보라스가 협상 마감시한까지 줄다리기를 하며 얻어낸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강정호의 에이전시는 앨런 네로가 이끌고 있는 옥타곤이다.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빅터 마르티네즈(디트로이트) 등 스타 플레이어들을 보유한 옥타곤의 명성은 보라스 사단에 버금간다. 구단과의 협상도 무리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기대치는 다소 낮춰야 할 듯하다. 네로가 포스팅 마감 직전에 제시한 강정호의 몸값 가이드라인은 계약기간 4년에 연봉 500만 달러로 총액 2000만 달러 규모였다. 그러나 포스팅 금액으로 미뤄볼 때 이같은 조건을 따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포스팅 금액 500만 달러 규모의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연봉에는 한계가 있다.
2010년 미네소타와 계약을 맺었던 니시오카 쓰요시(한신)의 사례를 살펴보면 강정호의 계약 조건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내야수인데다 포스팅 금액도 532만9000달러로 강정호와 큰 차이가 없다. 니시오카는 당시 3년 총액 925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니시오카는 메이저리그 적응에 실패해 2년 만에 방출됐고 이후 아시아 출신 내야수에 대한 기대치는 대폭 감소했다. 3년 계약을 기준으로 볼 때 강정호가 니시오카의 연봉을 뛰어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변수는 최고 입찰액을 써낸 구단의 재정과 선수 구성이다. 재정이 넉넉한 빅마켓 팀이고 당장 붙박이 내야수가 필요한 구단이라면 협상 과정에서 강정호가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다.
부족한 연봉은 성적에 따른 옵션으로 채워넣을 수도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고 선수에게 동기를 부여해 좋은 성적을 끌어낼 수 있다. 트레이드 관련 옵션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다. 다만 류현진의 경우처럼 마이너리그 강등 조건까지 삭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류현진이 이런 조건을 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높은 포스팅 금액의 힘도 작용했다. 아무리 돈이 많은 구단이라도 거금으로 영입한 선수를 마이너리그에서 묵히기는 부담스럽지만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은 그 정도는 아니다. 강정호가 고민해야할 부분은 한정된 몫에서 더 많은 연봉을 따내느냐, 아니면 연봉을 줄이더라도 옵션을 통해 충분한 기회를 보장받음으로써 메이저리그에 연착륙 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선택하느냐다. 물론 둘 다 잡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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