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500만달러' 강정호, 꿈꾸던 메이저리그에 도전 영광
500만달러 강정호, 야수 역대 3번째 ML 포스팅 금액[스포츠서울] 한국프로야구 야수 출신 1호 메이저리거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넥센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포스팅 결과를 수용하기로 하고 21일 목동구장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 야수로는 처음으로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시스템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넥센 강정호가 500만 2,015달러(약 55억원)의 최고응찰액을 받아냈다. 500만 달러를 넘은 금액은 일본 이치로와 니시오카에 이어 아시아 야수로는 세번째 금액으로 강정호에 대한 기대치를 나타냈다. 앞서 KBO는 지난 15일 넥센의 요청에 따라 MLB 사무국에 강정호에 대한 포스팅을 요청했다. MLB 사무국은 이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공시해 20일까지 강정호의 영입을 원하는 구단으로부터 입찰액을 받았다. MLB 사무국은 입찰액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구단을 밝히지 않은 채 KBO를 통해 넥센에 전달했다.이제 강정호는 최고 응찰액을 쓴 구단명을 통보받게 된다. 이후 공식 에이전트인 옥타곤 월드와이드를 통해 30일 동안 연봉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포스팅 금액은 연봉 협상의 잣대가 된다. 일반적으로 500만 달러 수준의 포스팅 금액을 제시한 메이저리그 구단은 이를 ‘2년 연봉’의 기준으로 삼고 협상을 시작하고, 대부분 조금 더 높은 금액에 사인한다.2014. 12. 21.목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eoul.com

넥센 강정호가 포스팅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결정을 내리면서 메이저리그행의 8부 능선까지 올랐다. 그러나 포스팅을 통해 제시된 최고 입찰액은 구단과 구단과의 거래 조건이다. 강정호에게 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은 연봉과 옵션이다. 입단 협상에서 어떤 조건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연착륙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달려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포스팅 금액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강정호를 데려가기 위해 넥센 측에 지불해야할 액수다. 강정호의 연봉을 가늠할 기준은 될 수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선수 개인의 미래가치에 더 비중을 두고 있을 경우 포스팅 금액에 비해 연봉이 적게 책정될 수 있고 즉시 전력으로서의 필요성이 부각될 경우 협상과정을 통해 연봉이 상승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협상력이 뛰어난 에이전트의 존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강정호에 앞서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LA 다저스의 류현진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은 2573만 7737달러였다. 이후 류현진은 6년 간 3600만 달러의 연봉계약을 맺었다. 옵션도 두둑했다. 이닝수에 따라 추가 보너스가 책정됐고 5시즌 동안 750이닝을 채울 경우 1년 먼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조항도 삽입했다. 마이너리그행 거부권까지 따내 부담없이 메이저리그에 안착할 수 있었다. 최고의 에이전트로 꼽히는 스캇 보라스가 협상 마감시한까지 줄다리기를 하며 얻어낸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강정호의 에이전시는 앨런 네로가 이끌고 있는 옥타곤이다.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빅터 마르티네즈(디트로이트) 등 스타 플레이어들을 보유한 옥타곤의 명성은 보라스 사단에 버금간다. 구단과의 협상도 무리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기대치는 다소 낮춰야 할 듯하다. 네로가 포스팅 마감 직전에 제시한 강정호의 몸값 가이드라인은 계약기간 4년에 연봉 500만 달러로 총액 2000만 달러 규모였다. 그러나 포스팅 금액으로 미뤄볼 때 이같은 조건을 따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포스팅 금액 500만 달러 규모의 선수에게 줄 수 있는 연봉에는 한계가 있다.

2010년 미네소타와 계약을 맺었던 니시오카 쓰요시(한신)의 사례를 살펴보면 강정호의 계약 조건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내야수인데다 포스팅 금액도 532만9000달러로 강정호와 큰 차이가 없다. 니시오카는 당시 3년 총액 925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니시오카는 메이저리그 적응에 실패해 2년 만에 방출됐고 이후 아시아 출신 내야수에 대한 기대치는 대폭 감소했다. 3년 계약을 기준으로 볼 때 강정호가 니시오카의 연봉을 뛰어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변수는 최고 입찰액을 써낸 구단의 재정과 선수 구성이다. 재정이 넉넉한 빅마켓 팀이고 당장 붙박이 내야수가 필요한 구단이라면 협상 과정에서 강정호가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다.

부족한 연봉은 성적에 따른 옵션으로 채워넣을 수도 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고 선수에게 동기를 부여해 좋은 성적을 끌어낼 수 있다. 트레이드 관련 옵션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도 있다. 다만 류현진의 경우처럼 마이너리그 강등 조건까지 삭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류현진이 이런 조건을 끌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높은 포스팅 금액의 힘도 작용했다. 아무리 돈이 많은 구단이라도 거금으로 영입한 선수를 마이너리그에서 묵히기는 부담스럽지만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은 그 정도는 아니다. 강정호가 고민해야할 부분은 한정된 몫에서 더 많은 연봉을 따내느냐, 아니면 연봉을 줄이더라도 옵션을 통해 충분한 기회를 보장받음으로써 메이저리그에 연착륙 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선택하느냐다. 물론 둘 다 잡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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