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앨범 차트 석권 BTS이후 처음
전 세계가 열광하는 케이 컬처 위력
1990년대 ‘가요 르네상스’가 시발점
‘문화대통령’ 서태지, 언제 등판할까?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빌보드 차트’는 세계 음악 시장의 주류 중의 주류라는 것을 인증하는 곳이다.
1980~90년대 쇼 비디오자키, 지구촌영상음악, 배철수의 음악캠프 등 지상파 TV와 라디오에서는 빌보드 싱글차트를 매주 공개해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케이팝이 ‘대세’로 자리매김한 2025년은 빌보드 차트가 더이상 ‘남의 나라 음악 이야기’가 아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OST 메인 타이틀곡인 골든은 3주째 싱글차트(핫100) 1위를 질주했고,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에는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4집 ‘KARMA’가 정상을 차지(4일 현재)했다.

골든과 ‘KARMA’가 싱글과 앨범 차트를 석권한 덕분에 이르면 내년초 ‘완전체 복귀’를 목표로 준비 중인 방탄소년단(BTS)이 자연스레 소환됐다.
BTS는 2020년 12월 ‘BE’라는 앨범을 발매하고 Life Oges On이라는 노래를 발표했는데, 음원과 앨범이 싱글·앨범 차트 1위 동시 석권이라는 만화같은 일을 해냈다.

5년이 흐른 올해는 케데헌이 오징어게임 시즌1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영상 콘텐츠’ 1위(넷플릭스 기준)로 등극했고, 빌보드 싱글차트까지 장악했다.
‘스키즈’ 역시 7연속 앨범 차트 1위 진입으로 ‘글로벌 팬덤의 위력’을 입증하고 있다. 쇼 비디오자키나 배철수의 음악캠프 같은 프로그램이 외국에 있다면, 이제는 ‘가장 뜨거운 케이팝 노래와 앨범,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케이 무비, 드라마 등을 매주 소개해야 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이런 성공을 행복한 마음으로 바라보다가 문득 1990년대가 떠올랐다. 엄밀히 따지면 서울 아시안게임(1986년)과 올림픽(1988년) 개최를 전후해 대중문화산업이 크게 확장한 시점부터다.
무한궤도(1988년 대학가요제) 이상은의 담다디(1988년 강변가요제) 등이 10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한국 가요계가 ‘장르적 다양성’으로 진화할 촉매 역할을 했다.

그 전성기가 1990년대 초반인데, 전통가요와 발라드, 댄스 등으로 통칭하던 가요계는 이른바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했다. 신승훈 이승환 등 ‘남자 솔로 발라더’와 레게로 신드롬을 일으킨 김건모, 모던하면서도 실험적인 음악으로 청춘들의 지지를 받은 프로젝트 밴드 015B 등이 인기경쟁을 펼쳤다.

화룡점정은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 랩과 힙합에 록(ROCK)과 사물놀이를 버무려 ‘멋있는 비빔밥’을 세상에 내놓자, 열풍을 넘어 하나의 문화를 개척한 인물로 성장했다.
국내 연예인 중 처음으로 ‘대통령’ 칭호를 얻은 건, 그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방증한다.

다양성은 수많은 가능성을 창출했고, H.O.T를 필두로한 아이돌의 등장과 박진영(JYP)처럼 ‘빌보드 싱글차트 진입’을 현실가능한 목표로 세운 아티스트의 성장을 끌어냈다.
현재 세계인이 열광하는 ‘케이팝’의 토대는 1990년대 초반 ‘한국 가요 르네상스’라는 데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억에 빠져있다보니, 김건모와 신승훈의 컴백 얘기가 들린다. 임재범과 이문세뿐만 아니라 ‘가왕’ 조용필까지 팬들과 무대에서 조우한다는 소식이 잇따른다. ‘케이팝’하면 떠오르는 통일된 이미지가 아닌‘다양한 케이 팝’을 만끽할 계절이 오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인의 ‘케이 컬처 앓이’를 보고 있으면 ‘문화 대통령’은 어떤 생각일지 궁금하다. 서태지가 대중 앞에 (어떤 형태로든) 다시 등장하면, 케이팝은 또 한단계 진화하지 않을까.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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