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진보하는 건 어렵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는 여배우가 벗는 게 당연했던 야만의 시대, 세상과 맞짱 뜬 여배우의 이야기를 담았다. 배우 이하늬는 그 여배우를 통해 용기를 배웠다.

이하늬는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애마’에 대해 “모든 작품에 애정이 있지만, 2025년에 ‘애마’가 나온다는 것이 의미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하늬의 말처럼 ‘애마’는 지난 1982년 실제 개봉한 영화 ‘애마부인’의 제작 비하인드를 전신으로 한다. 당시 한국 에로 영화에 한 획을 그은 ‘애마부인’의 탄생을 둘러싼 여배우들의 투쟁을 담았다.

‘애마’에선 1980년대를 거쳐 2025년에 이르기까지 충무로 영화계에서 여배우들이 어떤 존재였으며, 어떻게 투쟁해왔는지가 주요 포인트다. 이하늬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여배우로서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부당함을 겪는 소수자의 시선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작품이 나왔다는 걸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실존하는 에로 영화를 소재로 해 수위에 대한 고민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이하늬가 ‘애마’를 택한 이유는 작품이 지닌 메시지 때문이었다.

“사실 ‘애마부인’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것들이 있죠. 하지만 대본을 봤을 때 오히려 자극적인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걸 선택할 수 있었어요.”

물론 ‘애마’에도 베드신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하늬는 해당 장면을 두고 “건강한 작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애마’는 베드신과 노출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자극보다는 이를 풍자로 풀어내 에로 영화를 향한 일각의 편견을 비틀었다.

이에 대해 이하늬는 “만약 여성을 소비적으로 쓰는 베드신이 있었다면 너무 불편했을 것 같다. 하지만 같은 장면이어도 어떤 앵글로 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조금 더 자유롭게 성(性)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희란은 모두가 노출을 기대하는 여배우다. 그런 희란은 또 다른 자신을 만들지 않기 위해 주애(방효린 분)의 손을 잡고 투쟁에 나선다. 두 사람이 보여주는 여성 연대의 서사는 ‘애마’를 관통하는 주제다.

이 메시지처럼 이하늬 역시 후배 방효린과 희란·주애 같은 연대를 느꼈다. 연기적인 합이 맞아떨어지던 그 순간의 쾌감 역시 잊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대본을 따라가다 보니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여배우로서 동질감과 연민이 느껴졌어요. 여자들이 연대함으로써 세상이 더 나아지는 느낌이 들었죠. 현장에서도 마찬가지고요. 효린이의 진심이 느껴진 순간 혼연일체가 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희란의 시대를 거쳐 지금 이하늬까지, 여배우들이 지나온 투쟁의 역사가 존재한다. 배우가 아닌 ‘여’배우로 불리며, 노출이 강요되던 암흑의 시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하늬는 “저는 희란 시대의 끝물을 경험한 세대 같다. 맛만 살짝 본 느낌이랄까”라며 “누군가 과감한 행보를 했기 때문에 사회적인 시스템이 바뀌어 가고 있다. 스태프들이 일하는 것도 10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하던 것들이 지금은 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하늬는 “누군가는 용기 있게 발언해야 한다”고 희란을 향한 존경심을 전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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