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기대에 못 미쳤다.
KBS2 토일드라마 ‘트웰브’는 시작부터 화제였다. 배우 마동석이 10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치가 충분히 높았다. 게다가 동양의 12지신을 모티프로 삼아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한다는 기획도 신선하게 들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낯선 듯 익숙한 화면이 교차하며 기대와 아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가장 먼저 ‘마동석표 액션’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다시 등장했다는 반가움도 있었지만 어쩐지 어제 본 듯한 장면을 또 마주한다는 기시감을 안겼기 때문이다. 그의 이른바 ‘주먹 액션’은 이미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롯해 ‘황야’ ‘거룩한 밤’까지 수많은 작품에서 반복돼온 익숙한 장치다.
이번에도 카메라는 마동석 특유의 묵직한 주먹과 상대방을 단번에 제압하는 장면을 전면에 배치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역시 믿고 보는 액션’이라는 기대와 ‘또 같은 장면의 반복’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마동석은 제작발표회 당시 “설정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액션의 외형은 비슷하게 보일 수 있지만, 설정과 맥락은 다르다”며 “이번에는 호랑이 천사의 힘을 활용한 판타지 액션을 담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전작들과는 결이 다른 긴장감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동석의 발언과 달리 ‘차별’이 뚜렷하게 담기지 못했다. 여전히 ‘마동석표 주먹 액션의 연장선’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마동석의 공언처럼 후반부에는 얼마나 다른 결을 입증할지가 관건이다.

전개 방식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첫 방송은 세계관을 소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CG도 약점으로 꼽혔다. 천 년간 봉인돼 있다가 검은 연기가 짙게 깔린 동굴에서 깨어나는 악역 ‘오귀’(박형식 분)의 등장은 어색한 CG의 연속이었다.
다만, 시청률은 8.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KBS 드라마가 최근 0%대 시청률로 고전하던 상황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대중이 여전히 마동석 이름 석 자에 호기심을 보였다는 증거다. 초호화 캐스팅이 지닌 힘도 무시할 수 없다. 박형식, 서인국, 성동일 등 믿을 만한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서사와 캐릭터를 이끌 여지는 충분하다.
문제는 ‘트웰브’가 남은 회차에서 어떤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지다. 기시감을 지우지 못한 액션, 불안한 연출과 CG가 반복된다면 초반 흥행도 금세 꺾일 수 있다. 반대로 12지신 캐릭터들의 서사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액션 판타지라는 장르적 매력을 구현한다면 ‘한국형 히어로물’의 새로운 장을 열 기회도 존재한다.
마동석의 복귀작 ‘트웰브’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성공적인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작품이 품은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지금의 수치를 지킬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마동석의 말대로 어떤 ‘차별’을 보여줄지가 ‘트웰브’의 성패를 가를 열쇠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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