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1977년 신안 앞바다, 침몰한 보물선의 소문이 사람들을 바다로 불러 모았다. 생계를 위해, 욕망을 위해, 각자의 이유를 품은 이들이 모여드는 그곳은 단순한 도굴 현장이 아니라 인간의 본능과 욕심이 드러나는 무대였다.

디즈니+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은 바로 그 시대와 공간을 배경으로 속고 속이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멜로 장인’으로 불리며 섬세하고 감정적인 얼굴을 보여왔던 배우 양세종이 이번에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충동적이며 거친 기질을 지닌 인물 오희동으로 변신했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양세종은 이 캐릭터를 “늑대 같다”고 표현하며, 연기 과정에서 오히려 강한 쾌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대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니 심장이 뛰었어요. 다음날 바로 감독님께 연락을 드렸죠. 날것 같은 희동의 성향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희동은 삼촌 오관석(류승룡 분)을 따라 어릴 적부터 도둑질에 휘말려 살아온 인물로, 욕망에 눈을 뜨며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성향을 지녔다. 동시에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최소한의 선을 지키려는 양가적 성향을 지녔다.

“처음부터 선한 인물로 접근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대본을 따라가다 보니 희동은 본능 속에서도 지켜야 할 신념이 드러났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했어요.”

무엇보다 양세종을 가장 단단하게 만든 건 수중 촬영이다. 극 중 도굴꾼들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 보물을 찾아 내려가는 장면은 단순한 세트 촬영이 아니었다. 실제로 무게 60kg에 달하는 장비를 착용해야 했고, 물속의 압력과 공포를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머구리 일을 하시는 분이 다섯 분 정도 남아 계신데, 그 중 한 분이 직접 현장을 찾아와 도와주셨죠. 투구만 20kg이 넘는 쇠로 만들어져 있어 처음에는 숨이 막히고 어깨가 부서질 것 같았어요. 하지만 몇 차례 반복하면서 적응했고, 배우들끼리 서로 ‘괜찮냐’며 다독이며 버틸 수 있었죠.”

치열했던 현장은 배우의 몸에도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그는 촬영 전후 두 차례 발목 골절을 겪으며 여전히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금이 간 게 아니라 완전히 부러졌어요. 병원에서도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피로골절 같다고 했어요. 아직 완치는 아니지만 주사를 맞으며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양세종은 이번 경험을 단순한 고난이 아니라 배우로서의 성장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잠수복의 무게와 부상으로 인한 통증, 매일 바뀌는 대본에 적응해야 하는 예측 불가능한 현장까지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훈련이자 수업이었다.

“‘파인’은 시작일 뿐이죠. 앞으로 보여드릴 얼굴이 많습니다. 장르물과 멜로를 오가며 새로운 색을 찾고 싶어요. 언젠가는 연쇄살인범이나 본격적인 악역에도 도전할 생각입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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