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강형철 감독의 스크린에선 마술이 일어난다. 신예를 ‘픽’하면 ‘훅’하고 뜬다. ‘과속스캔들’ 박보영, ‘써니’ 강소라에 이어 이번 주인공은 배우 이재인이었다.

강형철 감독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하이파이브’ 주연 배우 이재인과 첫 만남에 대해 “운명이었어요. 그야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이라고 표현했다.

‘하이파이브’는 장기 이식 수술 후 각기 다른 초능력을 갖게 된 다섯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 심장을 이식받고 괴력이 생긴 소녀 완서가 센터를 맡고 있다. ‘천재 아역’으로 불리던 이재인이 완서를 연기했다.

강형철 감독은 2019년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사바하’로 영화 부문 여자 신인 연기상을 받은 이재인을 처음 마주했다. 강 감독은 “객석에서 보는데 엄청난 매력이 느껴졌다. ‘저 아이는 누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 것 같으면서도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하이파이브’ 초고 작업을 하고 있던 강형철 감독은 혼자 조용히 이재인의 SNS를 팔로우하고 지켜봤다. 완서 역의 오디션이 시작되고 이재인과 재회했다. 강 감독은 “다른 훌륭한 친구들도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역시 이재인이 제일 저격이었다”고 연신 감탄했다. 그렇게 이재인 표 완서가 시작됐다. 강형철 감독은 그야말로 ‘성덕(성공한 팬)’이 됐다.

촬영은 순조로웠다. 2021년 크랭크업해 2023년 관객들과 만날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되며 먹구름이 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시작됐다. 강형철 감독은 후반 작업을 진행하며 몇 차례나 이재인을 스튜디오로 불렀다. 당시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이재인은 그런 강형철 감독에게 의지했다. 자신의 인터뷰에서 강 감독을 “영화 아버지”라고 표현했다.

이재인의 이야기가 전해지자 강형철 감독은 웃음을 터뜨렸다. 강 감독은 “고생하면 정들잖아요”라며 “사실 후반 작업을 하면서 중간중간 이재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네가 이렇게 잘했어. 네 노력은 헛되지 않았어. 반드시 세상에 나올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어떤 상황이 와도 이재인의 노력은 휘발되지 않는다. 그런 걸 알려주고 싶어서 이재인을 자꾸 불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형철 감독이 발굴한 원석들은 모두 금은보화가 됐다. 이를 두고 ‘스타 캐스팅’을 앞세우기보단 ‘신예 발굴’에 매진한다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강형철 감독은 “저는 스타 캐스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다 스타들이 아닌가?”라며 “그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최고의 캐스팅이 중요하다. 아무리 세계적인 스타가 와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지성 역할에 톰 크루즈가 와도 어렵다. 저에겐 안재홍이 톰 크루즈보다 좋으니까”라고 웃음을 보였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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