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만약 신구 선생님이 ‘너만의 자유를 연기했구나’라고 하신다면, 그 자리에서 울 거예요.”
배우 박진영이 영화 ‘하이파이브’를 통해 대선배 신구와 한몸이 됐다. 박진영에게는 영광스럽고도, 어깨가 무거운 순간이었다.
박진영은 28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하이파이브’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대본을 받고 나서야 신구와 2인 1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대본을 쥔 박진영은 “이게 왜 나한테?”라고 스스로 의문을 품었다. 선한 역할을 주로 소화해왔던 박진영에게는 낯선 대본이었다. 심지어 신구의 말투까지 연기해야 했다. 숙제가 많았다.
‘하이파이브’는 장기기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이들의 능력을 노리는 세력과 맞닥뜨리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 활극이다. 극 중 영춘(신구, 박진영 분)은 수많은 신도를 거느린 사이비 교주다. 췌장을 이식받은 뒤 젊어지는 초능력을 갖게 된다. 신구가 이식 전 영춘, 박진영이 이식 후 영춘을 맡았다.

대본을 받고 몇 차례나 되물었다. 박진영은 “저한테 제안을 주신 게 맞는지 재차 확인했다”고 떠올렸다. 신구의 말투까지 따라 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다만, 새로운 이야기와 신선한 캐릭터가 박진영을 끌어당겼다. “스스로도 욕심이 났다”는 것이다.
신구도 박진영에게 손을 내밀어줬다. “선생님이 제 대사를 다 읽어주셨어요. 그걸 녹음했고, 집에서 다시 들으면서 똑같은 말투로 외웠죠.”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박진영 표 신구’가 나와야 했지만 ‘신구를 따라 하는 박진영’이 돼 버렸다. 딜레마였다. 그때 강형철 감독이 해답을 줬다.
박진영은 “감독님이 ‘10%만 (신구) 말투를 빼보자’ ‘이번에는 30%만 빼보자’고 디렉션을 주셨다”면서 “이상하게 그 말이 이해되더라”며 웃었다. 신구의 말투를 습득하고, 다시 박진영 화(化) 하는 작업은 배우로서 값진 경험이었다.
신구의 진심 어린 조언은 결정적이었다. 신구는 박진영에게 “감독님이 원하는 설정, 말투를 따라가되, 네 마음대로 했으면 좋겠어”라고 했다. 후배가 자신만의 영춘을 찾길 바란 것이다. “그 말을 계속 돌이켜 봤어요. 아마 선생님은 제가 본인을 따라 하다 굳어진 연기를 하면, 저만의 색깔이 빠질 것 같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박진영은 깨우쳤다. 신구가 해석한 영춘에 자신의 색을 덧입혔다. 회춘한 몸을 갖게 된 영춘이 할 법한 생각과 행동을 상상하며 내면화했다. “영춘이 얼마나 신났을지 떠올려봤어요. 자신의 몸이 신기하니까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을까 싶었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언론시사회 당시 신구를 삼킨 박진영의 연기는 열띤 호응을 얻었다. 신구의 반응은 어땠을까. 박진영은 “사실 포스터 촬영 때 이후로 뵌 적이 없다”며 “차마 제가 선생님께 ‘제 장면 보셨어요?’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농담했다. 그럼에도 작은 소망은 있다. “선생님께서 ‘네 연기 별로야’라고 하시지는 않겠지만, 만약 ‘네가 현장에서 자유를 얻었구나’라고 해주신다면 전 그게 제일 행복할 것 같아요.”
‘하이파이브’는 30일 개봉한다. sjay0928@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