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스크린 속 배우 故 김새론의 미소가 아름답다. 이선정 감독이 ‘기타맨’을 끝까지 완성한 것도 고인의 미소를 지켜주기 위함이었다.

영화 ‘기타맨’은 故 김새론의 유작이다. 천재 기타리스트 기철(이선정 분)의 꿈과 사랑을 찾는 여정을 담았다. 김새론은 기철의 밴드 볼케이노 동료로 키보드 연주자 유진 역을 맡았다. 오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타맨’ 캐스팅이 진행되던 당시 김새론은 음주운전 혐의로 자숙 중이었다. 이선정 감독의 매니저와 김새론의 당시 소속사가 연이 닿아 만남을 가졌다. 김새론은 첫 만남부터 시나리오를 꼼꼼히 분석해오는 열정을 보여줬다. 이는 이선정 감독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선정 감독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그때 김새론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항간에선 ‘가짜 알바’라고 했지만 실제 아르바이트였다. 영화 찍는 한 달 동안 쉬어야 해서 저희 회사 직원이 계약서를 써줬다”며 “김새론이 첫 만남에 시나리오를 거의 외워왔다. 자신이 같이 작업해도 될 지 물어보더라”고 말했다.

이선정 감독이 현장에서 본 김새론은 프로 배우였다. 심지어 두 사람 사이 마찰이 생겼을 때도 김새론은 카메라 앞에서만큼은 활짝 웃음을 보였다. 이 감독은 “바로 직전에 저랑 다투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연습도 못 했다. 되게 불편했을 것이다”라며 “문제의 장면이 웃는 신이었다. 근데 연기를 더 잘하더라. 저도 속으로 웃었다. ‘진짜 대단하다’ 싶었다”고 감탄했다.

김새론은 보조 출연자도 살뜰히 챙겼다. 현장에서 모두를 향해 환하게 웃어줬다. 그러면서도 혼자를 자처했다. 이선정 감독은 “촬영 외엔 차 안에만 갇혀있었다. 스스로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며 “모든 것들이 불안했던 것 같다. 조그마한 차 안에서 몇 시간씩 있는 것이 아주 힘들었을 텐데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촬영 내내 김새론은 조심스러웠다. 심지어 대본 리딩이 끝난 뒤 모두가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조차 주변을 의식했다. 이 감독은 “중국집에 가서 맥주를 한 잔씩 했다. 근데 김새론은 물컵에 술을 따르더라. 다 같이 건배할 수 있는 분위기인데 눈치를 보더라. 마음이 짠했다. 유명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그런 것 같았다”고 탄식했다.

그런 김새론은 올해 2월 세상을 떠났다. 복귀작이 되려던 ‘기타맨’은 유작이 됐다. 이선정 감독은 김새론의 복귀를 적극 도울 예정이었다. 허망한 비보를 믿고 싶지 않았다.

이선정 감독은 “저도 힘들어서 나쁜 생각을 했었다. 김새론이 생전 우울증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 저도 마찬가지”라며 “서로 그런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면 먼저 다가갔을 텐데 그저 안타깝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새론은 세상을 떠난 뒤 사생활이 공론화 됐다. 김새론이 미성년자 시절부터 배우 김수현과 교제했다는 의혹이다. 현재 김새론 유족과 김수현 소속사는 사실 여부를 두고 법정 공방 중이다. 말 없는 고인을 두고 이어지는 잡음에 이선정 감독도 탄식했다. 이 감독은 “일부러 관련 기사들을 안 봤다. 거기에 피로감이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잡음 속 ‘기타맨’을 끝까지 완성한 것은 김새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이 감독은 “편집하는 내내 김새론의 웃는 모습을 많이 봤다. 관객분들도 김새론의 마지막 모습과 웃는 모습만 기억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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