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현실밀착형 공포다. 아는 맛이 맛있듯, 익숙한 이야기로 몰입도를 높였다. 덕분에 더 공포스럽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주차금지’는 현실에서 자주 발생하는 주차 문제를 소재로 한 생활 밀착형 스릴러 장르다. 익숙한 발상으로 섬뜩한 공포를 만든다. 이혼 후 연희(류현경 분)는 과거 거래처였던 김해철 부장(김장원)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계약직 과장 자리를 얻었다. 정규직이 걸린 중요 프로젝트를 앞두게 됐다. 업무의 성과가 필요한 순간, 연희는 이웃과 주차 문제로 갈등을 벌였다. 스트레스가 그득하다.
‘주차금지’의 가장 큰 강점은 공감대다. 누구나 겪을 수 있다. 실제로 큰 싸움으로 번진 사연이 적지 않다. 돌이켜보면, 서로 조금만 배려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웃 간 한 끗의 이기심에서 나오는 갈등으로 우리 사회를 거울처럼 보여준다.
주차 시비로 시작된 연희와 이웃(김뢰하 분)의 갈등은 실타래를 타고 뻗어나갔다. 이웃은 연희의 차에 놓인 명함으로 그의 신상정보를 파악했다. 집 주소,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 모든 것을 순식간에 읽었다. 연희는 무방비하게 범죄에 노출됐다.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개인정보는 ‘개인’의 것이 아니다.
사소한 갈등에서 촉발된 공포는 현실적이기에 더 소름 돋는다. 연희에게 이입하면 불안은 더 심해진다. 불특정 이웃이 나의 집을 알고 있고, 내 차에 적힌 내 전화번호를 알며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해, 뒤에서 나를 노릴 거란 생각은 섬뜩함을 준다. ‘주차금지’는 그 불쾌한 지점을 정확히 관통했다.
여성으로서 겪는 직장생활의 고충도 공감을 안긴다. 사심을 품은 김 부장으로 인해 연희는 골머리를 앓았다. 운전하는 연희의 손을 갑자기 잡아놓고 이를 따져묻자 “이거 성희롱 아니다”라고 하는 등 이른바 ‘개저씨(개+아저씨)’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시사회 당시 김 부장의 주옥 같은 한 마디가 나올 때마다 객석에선 여성 관객들의 탄식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아쉬움도 있다.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헐겁다. 주차금지로 시작된 이웃 간 갈등이 살인 미수로 치닫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을 ‘두루뭉술’하게 넘긴다. 주차시비, 데이트 폭력, 직장내 성희롱 등 굵직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며 그 중심에 연희를 두지만, 모든 사건의 주체는 아니다. 이를 하나로 엮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
일부 캐릭터들의 활용도도 아쉽다. 중반부가 넘어서며 등장하는 연희의 동생 동현(차선우 분)은 짧고 굵은 액션신을 제외하곤 존재감이 미미하다. 동시에 남매가 주고받는 개그 코드는 심각한 상황을 환기 시키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끊는다.
‘주차금지’는 현대인들의 마음 속 여유의 부재를 꼬집는다. 이를 현실과 가까운 소재들로 풀어냈다. 비록 완성도에서 부족한 지점이 엿보이긴 하나, 관객과의 공감대라는 큰 무기를 쥐고 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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